[새영화]하드레인…수마속 인간의 탐욕과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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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해마다 여름철 장마에 시달리는 한국인에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홍수는 아마도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친근한 (?) 편에 속할 게다.

'수마 (水魔)가 할키고 간' 이라는 표현이 관용구가 되었을 정도가 아닌가.

그 수마의 파괴력을 감상할 기회가 왔다.

재난영화용의 화끈한 소재에 골몰하던 할리우드가 화산폭발 ( '볼케이노' ) , 회오리바람 ( '트위스터' ) , 소행성충돌 ( '딥 임팩트' 아마겟돈) 등을 거쳐 마침내 폭우에까지 눈을 돌린 것이다. 자연 재해란 인간의 기술과 상상력을 뛰어넘기 마련인 만큼 영화적으로 재연하는 데 늘 애를 먹는다.

그래서 '트위스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컴퓨터그랙픽등 눈속임 테크닉을 구사하는게 관행이다.

그러나 '하드레인' 에 동원된 기술은 소박하다. 축구장 5개정도를 합친 넓이의 격납고에 5백만 갤런의 물을 쏟아넣고 금속벽으로 둘러쳤다.

그 속에 성당.학교.묘지등을 배치해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톰 (크리스찬 슬레이터) 은 현금운송용 방탄트럭을 운전하는 신참기사이다.

이 방면에 경험이 많은 삼촌 찰리와 지방은행으로부터 현금 3백만달러를 수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폭우로 갑자기 강이 불어나면서 도로위에서 오가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무전으로 구조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도착이 지연되고 대신 무전을 엿들은 갱단 (두목 모건 프리먼) 이 현금을 탈취하러 온다.

가까스로 도망친 톰은 성당으로 들어가 현금 가방을 숨기려 하지만 복구요원 카렌 (미니 드라이버) 은 그를 강도로 오인해 보안관에게 넘긴다.

그런데 보안관까지 현금에 눈독을 들인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돈에 눈이 먼 인간의 탐욕과 배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톰과 카렌의 사랑이 드라마적인 장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치밀하지 못해 긴장감은 현저히 떨어진다.물보라를 뿌리며 쾌속으로 달리는 보트와 총격전 정도가 볼거리.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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