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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우루무치 유혈사태와 중국의 ‘역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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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사태 과정을 보자. (중국 발표에 따르면)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시위가 ‘폭도’로 변한 게 5일 오후 8시18분이었다. 1시간여가 지난 9시30분 관영 신화통신은 시위 제1보를 내보냈다. 누얼 바이커리(努爾白克力) 신장위구르자치구 주석이 TV에 나와 사태 설명을 한 게 6일 오전이었다. 신화통신의 사망자 수는 시시각각 늘었다. 중국은 게다가 외신기자 취재를 허용했다. 사건이 나면 감추기에 급급하고, 서방 기자들을 차단했던 기존 모습과는 다르다.

중국이 서방에 보내려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므로 강경 진압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영 CC-TV는 시위자들에게 얻어맞고 피를 흘리는 두 ‘한족(漢族)’ 여성의 모습을 집중 방영했다. 미국에 망명한 위구르족 인권운동가인 레이비야 카디르를 ‘원격 조정자’로 지목했다. ‘2001년 터진 9·11사태가 빈 라덴의 조정으로 이뤄졌듯 이번에도 배후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군은 외신이 보는 앞에서도 강경진압을 서슴지 않는다. ‘인류의 공적인 테러리스트를 진압하고 있는데 숨길 게 무엇 있겠는가’라는 당당함도 엿보인다.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학습효과다. 중국은 2003년 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를 쉬쉬 숨기다 베이징을 죽음의 도시로 만들어야 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직전 터진 티베트 폭력사태 역시 감추려다 서방의 더 큰 역공을 받아야 했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 근본적인 요인은 자신감이다. 중국은 그간 이룬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에 자신들의 주장을 거침없이 말한다. 최근 대(對)서방 외교에는 ‘할 말은 하겠다’는 식의 ‘탈(脫)타오광양후이(韜光養晦·빛을 감추고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 성향이 뚜렷하다. 후진타오 주석은 가는 곳마다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주창한다.

경제 방면에서도 거침없는 대외공세를 취하고 있다. 그들은 달러화에 맞선 런민비(人民幣)국제화 프로젝트에 이미 착수했고, 서방 경제계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석유·알루미늄 등 자원 사재기에 나섰다.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를 내세워 해외기업을 사들이기도 한다. 서방 경제계에서 ‘런민비의 역공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태 사망자 중 한족·위구르인이 각각 몇 명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테러인지, 과잉진압인지를 판단키는 이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 이 사건을 테러리스트 행위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자신감은 외부 세계에 ‘힘있는 자의 오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번 사태의 숨겨진 본질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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