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01년 방송…가전사“ON”방송사“OF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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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01년에 국내에서도 디지털TV 방송을 볼 수 있을까. 차세대 방송인 디지털TV (지상파) 방송 시기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다.

정부는 당초 2000년 시험방송을 거쳐 2001년부터 디지털TV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방송 3사가 자금부족을 이유로 당초 계획보다 다소 (1~2년) 늦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TV를 만들 전자업체들은 "방송을 늦추면 세계적인 시장경쟁에서 뒤처진다" 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디지털 방송시기에 대한 논란과 디지털방송이 국내 전자산업에 미칠 영향 등을 알아본다.

◇디지털 방송이란 =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송신.중계.수신 전 과정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송신하는 차세대방송. 시청자들은 잡음 없는 고품질의 선명한 화질과 콤팩트 디스크 (CD) 처럼 깨끗한 음질의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인터넷 홈쇼핑.홈뱅킹.영상회의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제공돼 멀티미디어 서비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방송은 방송신호를 압축해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4개의 채널을 더 확보할 수 있어 시청자의 선택폭도 넓어진다.

하지만 디지털TV의 가격은 최소 2백25만원 (32인치 기준) 정도로 예상돼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게 단점. 이 때문에 정부는 디지털방송이 시작되더라도 2005년 또는 2010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병행할 계획이다.

◇방송시기 논란 = 디지털방송 전파를 보내기 위해서는 방송3사가 방송장비 교체.프로그램 개발 등에 2조4천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방송3사는 최근 경제위기로 예산확보가 어려운 데다 이같은 대규모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 받을 타격이 너무 크다며 '당분간 연기' 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전업체들은 현재의 TV를 대신하는 새로운 황금시장이 열리는 만큼 국내에서도 디지털TV 방송을 계획대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출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 분석에 따르면 2006년까지 디지털TV 수상기의 세계 시장규모는 1억9천만대 (약 2백83조원) .이중 국내 시장규모는 9백만대 (약 14조원) 로 추정되고 있다.

◇불붙은 시장쟁탈전 =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이미 90년대 초부터 국책사업의 하나로 디지털TV개발에 착수, 완제품 개발을 끝내고 시판을 준비 중이다.

삼성은 프로젝션 방식의 55인치 디지털 고선명TV (HDTV) 를 10월부터 미국시장에서 대상 7천9백99달러에 시판할 계획이다.

LG는 기존 아날로그 TV에 연결,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는 셋톱 박스를 다음달부터 미국에 수출하고 10월부터는 64인치 디지털TV 완제품을 공급할 예정.

히타치.샤프.필립스 등 외국업체들도 하반기에 7천~9천달러짜리 제품을 시판, 국내 업체와의 한판승부를 노리고 있는 등 디지털TV '세계대전' 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김종윤 기자

◇도움말 주신 분 = 김창곤 (金彰坤)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관리국장.강대영 (姜大榮) 정보통신부 방송과장.김수량 (金洙良) 문화방송 기술본부장.송동일 (宋東一) 삼성전자 멀티미디어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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