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비정규직법, 정치권 탓만 하는 노동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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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날 아침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이에 앞서 1일 노동부 장관 회견, 3일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 발언에 대한 대변인 논평, 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랬다. 3일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유감스럽게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 의식이 있어서 홍수가 나도 임금이 잘못됐다며 탓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부터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법 개정을 올려 논의했고, 2월 한나라당을 재촉해 의원입법 약속을 받았지만 한나라당이 지키지 않았다. 참다 못해 4월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노동부를 없애버려야 한다”(추미애 위원장)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린 할 만큼 했다’는 투로 남의 탓만 하는 것은 볼썽 사납다. 정치권과 노동계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잘못이 없을까. 법안 처리를 위해 얼마나 국회와 노동계를 설득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달 18일 5자 회의가 시작된 뒤에도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게 확실했다. 노동부만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법이 개정되지 못하면 다음 단계는 뭘까. 생계 보조와 일자리 대책이 나와야 한다. 실업급여만 하더라도 그렇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어도 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알렸는가. 희망근로 사업과 연계시킬 복안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비정규직은 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지금도 노동부는 ‘법 개정’만 외치고 있다.

김기찬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