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항진 미국경제의 암초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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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5월중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인 1백57억5천만달러에 이르렀다는 발표와 2분기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이 0%에 가까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도 "미국이 아시아 위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에 들어섰다" 는 분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분기의 낮은 성장은 ▶아시아 위기로 인한 무역적자 ▶기업들의 재고 줄이기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널 모터스 (GM) 의 장기 파업등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지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게다가 성장률이 1분기중 무려 5.4%를 기록한 뒤, 고용증가율.소득증가율.소비자신뢰지수.주택건설증가율 등 대부분의 지표들이 계속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미 경제의 펀더멘털 (기초 여건) 은 탄탄하다" 고 말한다.

◇아시아 위기와 무역적자 = 메릴린치 등 주요 분석기관들은 아시아에 대한 수출 감소→무역적자 확대 때문에 미 성장률이 올해 1~1.5%포인트 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금융연구원 (IIE) 의 윌리엄 클라인 박사 역시 "97~99년에 걸쳐 아시아 위기는 미 경제의 성장을 연 0.7%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고 분석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버트 라이탄 박사는 "대부분의 예상과는 달리 미 경제는 현재까지 아시아 위기로부터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고 말한다.

대 (對) 아시아 수출이 줄어든 반면 대 유럽 수출은 늘어났으며 외국 자본이 계속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작 미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아시아 위기로 인한 영향보다 일본의 위기 극복 노력이 어떻게 진전되느냐 하는 점이다.

◇인플레.실업률.GM 파업 = 누구나 동의하는 인플레 요인은 낮은 실업률이다.

5월중 실업률은 2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분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불과하다.

6월5일부터 시작된 GM 파업도 임금 인상이 아니라 고용 보장이 쟁점이다.

근로자들의 의식이 이렇다면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인플레 없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소비.투자.재고 = 스탠퍼드대학의 마이클 보스킨 교수는 소비가 경제를 잘 받치고 있으며 당분간 변화 조짐이 없다고 지적한다. 미시간 대학이 6월 중순에 조사한 소비자신뢰지수는 104.8로 거의 사상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

6월의 주택건설증가율도 5.6%로 9년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다만 기업들의 재고증가율이 5월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불안한 양상이 나타나 2분기 성장 둔화의 큰 요인이 됐다.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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