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 공연단 고국 해일피해로 눈물의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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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주세계섬문화축제에 참가한 파푸아뉴기니 공연단이 눈물의 공연을 벌이고 있다.

갑자기 고국땅에 닥친 지진.해일피해로 2천여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국내언론보도가 이들에게 알려진 것은 20일 오후. 이들은 오후내내 조직위 사무실을 찾아 가족에게 안부전화를 거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단원 모두가 피해지역과 먼 수도 포트 모르즈비출신이기에 당장 가족들의 피해가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침 이날은 축제기간중 섬별로 하루씩 지정되는 '섬의 날' 주제공연의 첫 주인공으로 이들이 등장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오후3시 참가단 22명은 대책회의를 숙의하기 시작했다.

'당장 귀국하자' 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조직위 역시 첫 공연이 무산되리라는 예감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1시간여뒤 파푸아뉴기니측은 '섬들간의 연대' 를 기치로 내건 제주의 첫 국제행사에 누를 끼치기도, 세계 섬들과의 약속도 저버릴 수 없어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후7시30분 행사장 대공연장. 재해로 숨진 고국동포들을 추모하겠다는 파푸아뉴기니 공연단의 묵념 요청에 관람객 3백여명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1시간여동안 벌어진 파푸아뉴기니의 토속춤과 민속음악은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연단 감독 와소코니 (42) 는 "아픔을 함께 나눠준 제주도민.관광객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우근민 (禹瑾敏) 제주도지사는 21일 이들에게 직접 조의를 표하는 한편 조직위측도 이날 오후 축제장에 파푸아뉴기니 재해모금함을 마련, 축제가 끝난뒤 이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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