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토지 공개념의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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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토지공개념 (公槪念) 제도가 '퇴출' 로 치닫고 있다.

개인적 소유권은 인정하되 그 이용을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규제하는 것이 토지의 공개념이다. 89년 제정된 택지소유상한제.개발부담금제.토지초과이득세 등 소위 토지공개념 3법이 그 주된 정책도구다.

도입 당시 많은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토지공개념제도는 부동산시장의 안정에는 크게 기여했다. 투자대상으로서 토지의 매력이 떨어져 투기가 크게 줄었다. 반면 직접규제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았다.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에 치중한 나머지 정상적인 거래와 이용까지도 크게 위축시켰다.

실수요용으로 판정받기 위해 불필요한 개발이 유도되고 이에 따른 난 (亂) 개발과 비효율적 이용도 적지 않았다.

21일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입법예고된 '토지공개념제도 완화 및 보완대책' 은 말이 '완화' 지 공개념 3법의 '이빨' 을 제거함으로써 공개념제도의 사실상 폐지를 지향하고 있다.

개인은 가구당 2백평까지, 법인은 업무용에 한해 취득이 허용돼 온 택지소유상한제와 초과소유부담금은 폐지된다.

개발이익의 50%를 징수해 온 개발부담금제도는 부과를 내년말까지 중지하고 그 이후에는 부과율을 50%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

유휴토지의 30~50%를 환수하던 토지초과이득세는 이를 폐지키로 했다.

아직 생기지도 않은 개발이익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라고 헌법재판소가 판정을 내린데다 최근 땅값안정으로 부과가 유예돼 온 터다.

공개념 3법의 이같은 대폭완화는 부동산시장 및 경제여건, 그리고 시대적 조류를 감안할 때 불가피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땅값이 계속 안정돼 있고 가격폭락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토지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직접적.물리적 규제보다는 간접적.경제적 수단으로 정책효과를 살리는 것이 개방화시대의 순리다.

토지전산망.부동산실명제.종합토지세.공시지가제 등 토지과다보유나 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다양해 굳이 공개념제도에 집착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택지규제철폐로 신규토지수요가 창출되고, 기업의 부담경감으로 개발사업이 촉진되면 침체된 부동산 및 건설경기를 되살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문제는 '국지적인 투기' 등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이다.

토지공급을 체계화하고, 토지전산망을 조속히 정비하는 한편 토지과다보유동기를 제거하고 초과이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토지관련세제를 보완해야 한다.

부동산투자신탁과 부동산의 증권화 등 투자대상의 다양화를 통해 건전한 부동산투자시장 육성에 나서야 한다.

시장경제질서에 입각한 근본적인 토지시장 안정대책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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