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수뇌부 여름회의장 '베이다이허'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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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국고위층이 수십년 동안 매년 여름만 되면 한데 모여 중요정책을 논의했던 '베이다이허 (北戴河) 회의' 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은 14일 당이 절약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올해부터 베이다이허 회의를 폐지키로 했다고 홍콩의 동방일보가 판공청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보도했다.

베이다이허는 수도 베이징 (北京)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5시간만 달리면 만날 수 있다.

서쪽으로 친황다오 (秦皇島) 를 끼고 발해 (渤海) 와 마주한 베이다이허 해변에는 덩샤오핑 (鄧小平) 의 휴양소가 있으며 지난 80년대말 그가 자주 수영을 즐겼던 곳으로 유명하다.

50년대 초반부터 중국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이 매년 8~9월께 이곳에 마련된 특별별장에 모여 주요 당정을 논의한 뒤 집단휴가를 즐겼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이곳을 '여름 수도 (夏都)' 라고 불렀을 정도. 베이다이허 회의의 특징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캐주얼 회의' 이면서도 회의결과는 철저히 비공개라는 점. 식순.의식 등을 모두 생략한 채 당 정치국.서기처.중앙군사위원회.중앙기율위원회의 고위인사들이 둘러앉아 인사.당장 (黨章.당 헌법) 개정 등 국가의 핵심적 사안을 토론한다.

과거 마오쩌둥 (毛澤東).저우언라이 (周恩來).후야오방 (胡耀邦).덩샤오핑 등 국가최고지도자들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중대결정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철저한 보안유지 때문에 이곳에서 지도자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베이다이허 회의는 '호화.사치.낭비' 의 현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더구나 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꼭 휴양지에서 모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베이다이허 회의가 폐지되게 된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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