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금융계 낙하산 인사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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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부실 금융기관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본격화하고 있는 데도 경제관료 출신 금융계 인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요직을 지키고 있다.

옛 재무부와 기획원, 그리고 재정경제원 출신 퇴직관료 모임인 재경회가 최근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금융감독기관을 비롯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직 경제관료는 모두 2백9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6년말의 3백57명에 비해 65명이 줄어든 수치지만 이들은 대부분 중.하위직이었고 기관장.임원 등 고위직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현재 경제관료 출신 금융기관 단체장 및 기관장만 해도 은행연합회장.종금협회장.여신금융협회장 등 민간 금융기관 단체장 3명, 은행장 4명, 보험.종금.카드 등 제2.3금융권의 회장.사장 20여명 등 줄잡아 4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들어서도 양만기 (梁萬基) 재경부 국세심판소 심판관이 수출입은행장으로, 강희복 (姜熙復) 재경부 본부 국장이 조폐공사 사장으로, 문헌상 (文憲相) 수출입은행장이 성업공사 사장으로, 이근영 (李瑾榮)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산업은행 총재로 임명되는 등 옛 재무부.기획원.재경원 출신 기관장이 잇따라 배출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기관 부실의 원인이 오래된 관치금융의 폐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전직 관료들이 관련 금융기관이나 협회.공기업 등으로 옮겨다니는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고 지적하고 "특히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일부 은행에 임시 주총을 열어 은행장과 임원 등 경영진을 전면 교체하라고 지시한 것과 형평성면에서도 어긋난다" 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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