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처방]“월드컵 주관방송사 해법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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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금세기의 마지막 월드컵 축구 경기는 프랑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허탈해 하면서 남의 집 잔치만 구경하던 우리는 한국에서 열리는 21세기 최초의 월드컵에 새로운 기대를 걸게 됐다.

그런데 중앙일보 7월10일자에 의하면 당연히 참여해야 할 주최국인 우리나라 방송사가 주관방송사에 선정될지 불투명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니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린가.

우리가 어떻게 유치한 월드컵인데 사태를 여기까지 방치하게 되었나. 온 국민의 성원 속에 막대한 자금과 외교력을 동원하고, 그것도 일본과는 민족적인 자존심마저도 걸었지 않았던가.

정말 월드컵 주관 방송사는 이미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인가.

아니다. 아직도 해법은 남아 있다.

우선 정부가 주도하여 주최국의 주관 방송사 선정 당연성을 FIFA회장단에게 설명해야 한다. 문제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 ISL.키르히 등이 판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우리 방송사들은 빨리 일본과 같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주관 방송사 교섭에 나서야 한다.

또 월드컵 조직위는 FIFA미디어위원회 정몽준 위원장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도록 해야한다.

ISL 웨버 회장이 10일 파리에서 열린 한.일 양국 2002년 월드컵 홍보 리셉션에서 "한국방송사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 는 원론적인 언급을 했다고 하나, 이는 국제관례상 의례적인 발언일 뿐 그 이상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건 늦었지만 준비 오직 준비 뿐이다.

만약 이를 실기한다면 정부와 방송사.조직위는 국민들의 엄청난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일본은 이미 2년전인 96년6월에 NHK와 민간방송연맹이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올림픽방송 특별위원회' 에서 이를 관장하게 하였다.

일본은 이번에도 1백60여명의 대규모 제작진을 파리에 파견하는 등 착실하게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화질을 높이기 위하여 2000년부터는 CS.BS위성방송 모두를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 (電通) 는 ISL의 주주로 간접 지원하고 있다.

세계인들에게 월드컵 축구는 이제 단순한 스포츠 차원을 넘어서 중요한 정치적 의미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결승 진출 좌절로 콜 총리의 당선 여부가 불확실해졌고 또 영국과 아르헨티나 시합의 경우는 제2의 포클랜드 전쟁으로까지 불리기도 했다.

우리에게도 2002년 월드컵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중문화 개방과 함께 일본의 방송산업이 물밀듯이 밀려오게 된다.

우리는 월드컵 방송 주관을 계기로 방송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한편, 대일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호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연(선문대 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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