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한방] 수족열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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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몸은 찬데 손.발에 열이 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30대의 한 주부는 증상이 너무 심해 자다가 일어나 찬물에 손.발을 식혀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호소했다. 특별한 이상은 없고, 체온을 재봐도 항상 정상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은 요즘 같은 여름이 더 괴롭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면 온 몸이 시리고 추워 이내 재채기가 나온다. 손을 식히려고 얼음찜질을 하면 나중에는 화끈거리고 얼얼해 고통이 더 심해진다.

한방에선 손발 네 곳과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증상을 '오심번열증(五心煩熱症)'이라고 부른다. 진액이 모자라고 호르몬이 부족한 상태에서 심장에 열이 쌓이는 심화(心火)가 오래 축적 되면 가슴이 답답한 번열증이 생긴다. 그러나 번열증이 없는데도 손.발에서 열이 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증상을 '수족열증(手足熱症)'이라고 한다.

수족열증이 심하면 한겨울에도 발바닥에서 열이 나 이불을 덮지 못한다. 몸에 허열이 발생하면 모세혈관의 가장 끝부분인 손.발바닥에 열이 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진액을 만들어주면서 허열을 없애야 한다. 예로부터 발목을 삐었을 때 열이 나면 치자를 가루내 밀가루에 반죽해 붙였다. 치자는 부기를 빠지게 하고 열을 내리는 효험이 있다. 이런 효능의 치자에다 진액을 만들어주는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열을 삭히는 삼황사심탕(三黃瀉心湯)을 가미한다. 삼황은 황련.황금.황백 등 세 가지로 열을 내리는 대표적인 한약재다.

화끈거리는 손발을 얼음물에 담그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이때는 밀가루 반죽에 손을 집어넣거나 알로에 또는 선인장을 갈아 손바닥에 붙이면 좋다. 밀가루나 선인장의 찬 성질이 손발의 허열을 빼주기 때문이다. 선인장은 진액도 만들어주기 때문에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 (www.jase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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