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국내증시로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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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두달동안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만 하던 외국인들의 주식투자는 이달들어 다시 '사자' 로 돌아서 17일 현재 8백86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 개인.기관투자가들을 제치고 국내 증시의 유일한 매수세력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의 외국인 투자는 연초 환차익을 노리고 대거 몰려왔다가 원화 환율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빠져나갔던 단기.투기성 자금과 달리 대형 연.기금 등 중장기 투자자금이 주를 이루고 있어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을 장기적으로 밝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형투자사인 신흥시장전문투자회사 (EMP) 는 한국 증시에 5억달러 규모의 유가증권 투자를 결정하고 16일 소속 펀드인 'AIG 아시안 인스트럭처 펀드' 를 통해 한일시멘트의 전환사채 2천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또 대표적인 장기투자펀드인 미국의 템플턴 펀드도 합작사인 쌍용템플턴사의 지분을 곧 30%로 확대, 한국에 대한 본격 투자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미국의 모건 스탠리측도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현재의 2%선에서 하반기중 4%대로 대폭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외국인 장기투자가 몰리는 것은 우선 한국의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지켜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차츰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누리살로만증권의 이경훈 차장은 "외국인들은 최근 은행퇴출 등에 따른 혼란을 구조조정 초기의 시행착오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며 "장기적으론 한국의 금융.기업 구조조정 전망을 밝게 보고 우량기업의 주식이 저평가돼 있는 현재를 투자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우려했던 노동계 동요도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이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ING베어링증권의 이길영 (李吉永) 이사는 "한국은 동남아 국가와 달리 안정적으로 투자할만한 우량기업이 많다는 게 외국인들의 시각" 이라며 "이들은 5년정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전자.포항제철 등 핵심 우량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관계자는 "최근 워낙 원화가 고평가돼 있어 대형 미국계 기관들은 아직 본격 매수세에 나서지 않고 입질만 하는 단계" 라며 "최근 전세계적으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환율이 적정선으로 올라갈 경우 고수익을 찾는 이들 자금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 고 전망했다.

이정재.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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