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통일헌법'초안 내각제·양원제가 골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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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84년 국토통일원 (현 통일부) 의 주도로 의원내각제를 골자로 한 통일헌법 초안이 만들어졌던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국토통일원 관계자는 16일 "82년 국정연설에서 전두환 (全斗煥) 대통령이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통일국가를 완성하자는 내용의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 을 밝힌 뒤 우리 나름의 헌법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돼 84년 몇몇 전문가들과 함께 통일헌법 초안을 마련했었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토통일원은 84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인 이홍구 (李洪九.현 주미대사.정치학) 교수와 헌법학자인 김철수 (金哲洙.서울대).양건 (梁建.한양대).장명봉 (張明奉.국민대) 교수 등 4명에게 성안 (成案) 을 맡겼었다.

이들은 전문.조항.부칙까지 구체적으로 마련된 통일헌법 초안에서 국민주권주의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을 국가형태로 하고 의원내각제를 채택, 민주주의 확립.이질적 양극체제 융화.국민의 충분한 의사반영.책임정치 구현 등이 가능토록 했다.

또 복수정당제를 보장했다.

한 참여교수는 "대통령제의 경우 조각권 행사로 인한 편파적 정부 구성 등의 우려 때문에 선택하지 않았고, 평화통일을 위해 북측에도 선택권을 줄 수 있는 의원내각제를 택했다" 며 "공산당이든 사회당이든 그 강령과 활동에서 의회주의와 복수정당제에 입각해 정치적 다원주의를 확고히 옹호한다면 존립을 보장하도록 했다" 고 말했다.

통일국회는 양원제로 구성되며 지역대표로 구성되는 하원이 민족적 대표로 구성되는 상원보다 우월한 권한이 부여됐다.

그러나 당시 정부 당국은 이 안이 완성된 뒤 마치 5공헌법에 대한 개정안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초안은 물론 관련자료 일체를 회수해 일부 폐기하거나 대외비로 분류,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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