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40대 실직자의 재취업 성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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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실직 후 운전기사로 취직해 총무차장으로 승진한 동덕제약의 정외석 (鄭外錫.43) 씨는 요즘 자신의 직업관 덕분에 실직걱정 없이 매일 출퇴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사무직만 고집했던들 지금까지 직장을 찾지못해 방황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자신의 선택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서울서 상업고를 나온 鄭씨가 17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것은 지난해 2월말. 대기업 계열의 충북 청원군에 있는 음료회사에서 총무와 물류업무를 맡아보았던 그는 회사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그만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렸던 것이다.

처음엔 오랜 직장생활에 지쳐 얼마간 휴식을 취하겠다는 느긋한 생각을 했으나 중풍을 앓고 있는 부친과 아직도 어린 두딸을 생각하니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견딜 수 없었다.

"실직후 1주일 뒤부터는 출근시간만 되면 나도 모르게 문밖을 나가 차에 시동을 걸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버릇이 생겼죠. "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鄭씨는 삼겹살집을 내기 위해 식당도 알아봤지만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불경기에 경험도 없이 대들었다가 자칫 퇴직금마저 몽땅 날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실직한 지 두달째 되면서 그는 직업관을 바꾸기로 했다.

사무직이 아니라도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초조감이 날로 더해 가던 지난해 4월말께 그는 한 생활정보지에 난 이름도 낯선 회사의 사장 승용차 운전기사 구인광고를 보고 과감히 지원했다.

10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채용된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사장의 눈에 든 鄭씨는 전격 총무과 대리로 발탁되고 곧 차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석달만의 일이었다.

鄭씨는 "아버지 모시듯 정성을 다했을 뿐" 이라며 "다만 경영주가 알지 못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 등 평소의 회사운영에 대한 의견을 몇차례 말하는 과정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진천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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