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10인 공저 '스포츠 어떻게 읽을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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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박세리의 멋진 퍼팅. 우리네 축구팬을 한껏 열광시킨 월드컵. 앞이 캄캄한 불황과 짜증나는 날씨에 갑갑하기만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 '청량제' 들이다.

인종.국가.빈부의 차이를 넘어 모든 이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스포츠. 그래서 월드컵.올림픽 같은 거대한 국제경기는 지구촌의 장벽을 허무는 대제전으로 불린다.

반면 이번 프랑스 월드컵에서 퇴장당한 하석주를 생각한다면. 물론 그의 백태클에 무리가 있었지만 그가 프랑스 혹은 브라질 선수였더라도 퇴장 판정이 나왔을까 하는 의문을 품은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 도서출판 삼인에서 출간된 '스포츠 어떻게 읽을 것인가' 는 스포츠가 세계인을 순수한 마음으로 결합시켜 준다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필자는 이동연 한려산업대 교수 (영문학) , 문화평론가 김종엽.김종화 등 젊은 학자 10명. 화려한 경기의 이면에 숨겨진 여러 속성을 문화라는 프리즘으로 다양하게 해부한 스포츠 비평서다.

예로 인류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을 보자. 저자들은 고대 그리스부터 올림픽은 각 민족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다고 꼬집는다.

그리스 민족의 영웅과 국력을 상징하는 행사였다는 것. 최근에는 경제적 요인이 득세하며 스포츠의 성격도 복잡해졌다.

거대 미디어와 문화자본이 참여하면서 스타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대중들은 '하는' 스포츠에서 '보는' 스포츠에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됐다, 스포츠는 개인의 건전한 육체적 활력을 키워주는 수단이 아니라 여느 물건처럼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됐다고 말한다.

책에는 스포츠의 이데올로기적 성격, 제도적 역사, 미디어 효과, 그리고 볼거리로서의 기능이 낱낱이 분석된다.

특히 현대의 스포츠는 대중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사람들을 과도한 신경증으로 내몰고, 우리 역대 정권도 스포츠를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임에 분명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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