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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주부 유경희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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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 홍어회를 할 때마다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 지난 88년 남편이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던 때를 생각하면 주부 유경희 (柳慶嬉.40.서울명일동 신동아APT) 씨는 지금도 코끝이 시큰하다.

하나쯤 없어도 된다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내 몸 속의 것을 잘라내주기는 힘든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수술을 자처하고 나선 시누이는 물론, 꾸준히 찾아와 격려를 해준 주위 사람들 모두가 柳씨는 고마왔다.

그때 남편의 입맛도 돋구고 친지들께 대접하기 위해 자주 했던 요리가 홍어회. "남편 고향인 전북군산에선 명절은 물론, 생일.결혼 등 잔칫상에 홍어회를 빼놓는 법이 없다더군요. 그래서인지 남편도 홍어회를 좋아해서 시어머니께선 싱싱한 홍어가 장에 나왔을 때마다 고속버스편으로 보내주시곤 했어요. " 결혼 전엔 홍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는 柳씨는 신혼 초에 마당에 널어놓은 홍어를 처음 봤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그에게 홍어 고르는 법부터 가르쳤다. 가오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맛은 아주 달라 상품 (上品) 1마리에 20만원을 홋가하는 홍어는 표면이 미끄러운데 비해 가오리는 거칠단다.

또 홍어회는 노인들도 뼈까지 씹어먹을 수 있도록 꼬리부분에 다리같이 긴 것이 없는 암컷을 골라야 뼈가 억세지 않아 좋다.

겨울에 잡히는 홍어가 가장 맛있긴 하지만 새콤달콤한 홍어회는 여름철 입맛을 돋구는데도 그만. 냉면에 얹으면 맛있는 회냉면이 된다는 설명에 이르기까지 柳씨는 이제 반전문가가 됐다.

"지난해 시어머님이 돌아가셔서 홍어 챙겨주는 분이 없어졌어요.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사다 먹는데 그 맛이 아닌 것 같아요. " 그래도 향긋한 미나리와 함께 오도독 씹히는 柳씨의 홍어회 맛은 일품이었다.

▶재료 = 홍어 (中) 1마리, 오이1개, 무1개, 배1/2개, 식초.소금 약간, 초고추장 (고추장3큰술, 설탕2큰술, 식초2큰술, 다진마늘.다진파1큰술씩, 깨소금1큰술, 생강즙1큰술) , 통깨 약간

▶만드는법 = ①홍어는 겉을 대강 씻은 뒤 등쪽의 양 눈 아래에 칼집을 내 한 손으로 홍어를 잡고 껍질을 벗긴다.

②뒤집어서 배쪽에 칼집을 넣어 내장을 빼고 깨끗이 씻어 머리.꼬리를 뗀 뒤 결의 반대방향이 되게 길이 5㎝정도로 굵게 채썰어 식초에 잠깐 버무려 놓는다.

③무와 오이도 홍어와 같은 크기로 썰어 살짝 소금에 절인 다음 물기를 뺀다.

④미나리와 배도 같은 크기로 썬다.

⑤준비한 홍어와 야채를 초고추장에 먼저 버무린 뒤 배는 나중에 넣어 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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