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유럽 초대형 방산그룹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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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유럽내 우주.항공 분야의 간판급 방산 (防産) 업체 6개가 하나로 합쳐진 '범 (汎) 유럽 슈퍼 그룹' 이 탄생한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6개국 산업장관은 지난 주말 파리에서 모임을 갖고 각국의 우주.항공 분야 방산업체를 하나로 합친 '유럽 항공.방위회사 (EADC.가칭)' 를 설립키로 하고 오는 10월말까지 해당 기업들로부터 이에 관한 청사진을 받기로 했다.

빨라진 유럽통합의 물살을 타고 보잉.록히드 마틴과 같은 막강한 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뭉치는 길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참여 기업들은 ▶아에로스파시알.다소 그룹 (프랑스) ▶다임러 벤츠 아에로스페이스 (DASA.독일)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BAe.영국) ▶핀메카니카 (이탈리아) ▶카사그룹 (스페인) ▶사브그룹 (스웨덴) 등 각국에서 내로라 하는 방산업체들이다.

이들 기업이 합쳐져 탄생할 EDCA는 전투기.전폭기 등 방산용 항공기는 물론이고 공격용 헬기와 미사일, 우주 관련 방위시스템까지 생산해내는 초대형 방산그룹이 될 전망이다.

기업 통합에 관한 얘기는 사실 정부가 아닌 기업 쪽에서 먼저 나왔다.

아에로스파시알.다소 그룹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의 입장 변화가 통합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을 기업들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조만간 지분 구성.경영 체계.통합 절차.주식 거래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당초 단일 기업이 설립되더라도 정부가 계속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개국 산업장관들은 공동성명에서 "정부가 장차 EDCA의 경영에 직접적 통제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 고 못박았다. 이 문제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유럽의 초대형 방산업체 탄생은 그동안 미국의 독무대나 같았던 우주.항공 분야의 시장 판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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