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해 미스터리를 벗겨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나라 국민들 가슴에는 동해 (東海) 미스터리에 대한 불안이 짙게 깔려 있다.

북한 잠수정들은 어떻게 그렇게 동해를 자신들 앞바다처럼 헤집고 다니는가.

한국 정부가 햇볕을 그렇게 비추는데도 북한은 왜 동해작전을 계속하는가.

북한의 잠수간첩들은 동해안에서 무엇을 노리는가.

바닷속은 그렇다 치더라도 해안에 기어오른 침투조를 군은 왜 민간인보다 늦게 아는가. 군사기술적으로 잠수정 잡기가 숲속의 바늘찾기라면 정녕 동해를 위한 다른 대책은 없는가.

군은 국토방위에 대해 투철한 사명감과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을 터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미스터리 5제 (題)에 뚜렷한 답을 내놓을 수 없음에 오히려 군이 국민보다 더 안타깝고 답답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동해는 특성상 음파추적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함정 위에서 물속 잠수정을 탐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북한 노동당이나 군부는 남한의 햇볕정책과 상관없이 하루 세끼 식사하듯 통상적으로 잠수정을 내려보낸다, 간첩을 생포해야 국민에게 정확한 침투목적을 설명할 것 아닌가, 동해의 해안선이 길어 군병력으로만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대잠 (對潛) 묘책은 군사강국에도 고민거리다 등등. 군의 이런 심정은 짐작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물론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고 예산의 부족함도 클 것이다.

당장 북쪽은 잠수함이 1백여척인데 남한은 열척에도 모자라질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이 대목에서 군의 그런 고민은 국방을 담당한 그룹이 벗어날 수 없는 원초적 고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독립군, 6.25전쟁 방어군, 월남 파병군, 대간첩군 등 선배 국군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자유라는 이념을 지키는데 애를 썼고 감동적인 성과도 기록했다.

지금의 후배군 (軍) 은 이제라도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 안보 불안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군은 함정의 대잠작전이 어려우면 잠수함 전력을 증강해 북한 잠수정이 동해바다 속에 대해 겁을 먹도록 해야 한다.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해저지형도를 하루 빨리 작성해 북한 잠수정에 대한 감시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해안경계방식의 효율성도 다시 한번 따져야 할 것이다.

동해 미스터리를 푸는데는 정부도 해야 할 일이 많다.

국방장관이 TV에라도 나와 북한이 왜 이런 일을 계속 저지른다고 보는지, 군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든지, 햇볕론과 무장간첩은 따로따로 어떻게 처리하겠다든지 자신있고 자세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