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국회의장 자유투표 수용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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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가 9일 국회의장 자유투표안을 전격 수용키로 함으로써 원구성을 못한 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의 길로 성큼 다가서게 됐다.

물론 한나라당이 이에 상응한 양보안을 내놓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실타래의 꼬인 매듭을 풀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은 틀림없다.

국민회의가 이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승인아래 완강하게 버텨오던 자유투표안 거부방침을 바꾸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고충과 계산이 깔려 있다.

여권은 그동안 표면적으론 "국회의장을 야당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 고 해왔다.

국민회의 한화갑 (韓和甲) 총무는 8일 3당 총무 TV토론에서는 물론이고 9일 오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집권당에서 국회의장을 맡아야 한다" 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런 외면과는 달리 여권 핵심부에선 6월말부터 자유투표 수용을 심도있게 검토해왔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으로서 5월 30일부터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이 없는 국회 공백상태가 40여일간 지속돼왔고 입법기능 마비로 환란 극복과 경제개혁의 지렛대인 경제구조 조정법안들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는 여론의 질책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또 원구성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국회 주관의 제헌절 50주년 행사마저 치러내기 어렵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韓총무의 이날 발언도 어쩌면 극적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연막전술이었는지도 모른다.

또 여권 내부에서는 "한나라당의 자유투표안을 수용하더라도 야당 내부의 알력 때문에 국회의장 후보를 단일화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이란 얘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얘기는 희망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자유투표 방식 수용 = 국회의장 야당에 할애' 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그러면서 기대하는 것이 있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의 '서리' 꼬리를 떼내는 데 야당이 합의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2명의 국회부의장은 여당 몫이어야 한다는 전제도 달고 있다.

국민회의의 입장선회 배경에는 자민련측의 아우성도 한몫했다. 자민련은 지난 3월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金총리서리가 겪은 체면 손상을 어떻게든 만회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여야 합의에 의한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라는 모양새를 갖춰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것이다.

결국 국회의장 자유투표 방식 수용과 총리 임명동의안 합의처리가 자민련의 희망대로 '빅딜' 형식에 의해 합의에 이르게 될지 주목된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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