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구조조정]중.경제성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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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건설되는 경부고속철도의 경제성 여부는 2단계 공사가 계획대로 2012년에 마무리되느냐에 달려있다.

남서울~대구 구간만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대구~부산구간은 기존 경부선을 전철화하는 1단계만의 경제성 분석결과는 한마디로 '경제성 없다' 는 것이다.

경부고속철도에 대한 타당성 조사결과 89년에 비용편익 (BC) 비율 1.55, 내부수익률 (IRR) 이 19.4%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BC비율 1.21, IRR 12.7%로 낮아졌고 올해 재검토 결과 BC비율 1.11, IRR 11.8%로 더 낮아졌다.

즉 사업에 투자되는 모든 비용에 대해 사업완공에 따른 모든 편익을 대응시킨 BC비율은 경제성의 기준인 '1' 에 근접하고 IRR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편익과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계산하면 '+' 로 순현재가치 (NPV)가 2조1천억원이나 돼 여전히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단계 공사로 그칠 경우 개통 후 30년간 BC비율이 경제성 기준보다 낮은 0.85, IRR는 9.49%로 나타났다.

30년간 운영할 경우 편익이 비용의 85%에 불과하고 수익률도 실질할인율 (미래의 돈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이자율에서 물가상승분 제외) 11%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12조7천억원을 투자할 경우 현재가치는 - 2조1천억원이 넘는다는 계산. 다만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 사업에 투자되는 비용과 수입을 비교해 사업의 채산성 여부를 평가하는 재무성 분석에서는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정안대로 2004년 부산까지 고속철도가 개통될 경우 개통 5년만인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돼 개통 후 7년만인 2011년부터 누적적자를 모두 청산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지만 생활편익을 감안한 경제성 측면에서는 2006년 완전개통된다면 편익이 4조원대이지만 수정안에 따라 1단계 공사만 마무리될 경우 2조2천억원이 줄어든 1조8천억원에 머무르고 2012년 기준으로는 편익이 5조원에서 2조원으로 3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즉 1단계만 건설했을 때 운행시간이 44분 정도 늘어남에 따라 수요가 2004년 기준 25만명에서 16만명으로 줄어들어 경제성 분석시의 편익이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가 이처럼 경제성 없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결국 2단계 공사 실행을 전제로 했기 때문.

건교부 관계자는 "예정대로 2012년까지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된다면 BC비율은 1.10으로 2006년까지 전구간을 완공했을 때의 1.11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초기 투자비를 줄일 수 있는 단계별 건설안이 가장 타당하다" 고 말했다.

이같은 분석과 별도로 현재 경부선 새마을호 승객이 하루 3만명에 불과한데 고속철도 완전개통 때의 승객수요를 25만명으로 추산한 것은 과대평가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92년 교통학회에서 예측한 수요가 2001년 55만6천명이며 96년12월 도로공사 도로연구소의 예측수요도 44만명에 달했다" 며 "경부축의 장기수요는 10년마다 2배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온 만큼 수요에는 문제가 없다" 고 낙관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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