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가수 '볼빨간' 지르박 음반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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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쿵작거리는 리듬에 간드러지는 멜로디, 거기에 '앗싸' 하는 추임새까지 곁들여지면? 신나는 지르박 아닌가.

지르박은 30년대 후반 미국 젊은이들이 스윙재즈에 맞춰 추던 경쾌한 사교춤 '지터버그 (jitterbug)' 에서 유래했다.

일본등으로 건너오며 트로트와 결합, 토착화한 것. 한국에서 이 음악은 40대 이상이 주로 출입하는 카바레나 청계천 등지의 노점상을 통해 흘러나오며 성인문화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다.

최근 발매된 '볼빨간' 이라는 신인가수의 '지루박 리믹스쑈!' 도 얼핏 기존의 '논스톱 지르박 메들리' 같은 음반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5곡 모두 시골 장터에서나 들음직한 촌티나는 음악. 마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온 듯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볼빨간이라는 가수의 정체는 밤무대를 전전하는 중년의 가수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웬걸 그는 20대의 젊은이다. 그의 신상명세 - 본명 서준호, 26세, 시완레코드의 한국가요 재발견 시리즈 기획자. "뭐 제가 앞으로 지르박계에서 꾸준히 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향수 같은 것 때문에 음반을 만들게 된 거죠. 어릴 적 형과 동시상영 극장에 가면 막간에는 항상 이런 음악이 흘러나왔거든요. 지금도 지르박을 들으면 기분이 묘해져요. "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지르박의 황제' 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박사' 에 대한 헌정곡 '지루박 돌려요' 를 비롯해 고춘자.장소팔류의 만담을 노래로 만든 '동천각' ,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자신의 신세를 담은 '고졸지루박' 등 기존의 지르박 음반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특히 '나는 육체의 판타지' 라는 곡은 지르박을 최신 음악조류인 테크노와 절묘하게 결합한 곡으로 신선한 느낌도 든다. 음악적 배경이 궁금해진다.

"고등학교 졸업후 줄곧 '조쿨' 이라는 밴드에서 드럼을 쳤어요. 보컬리스트가 군대 가서 활동을 쉬는 동안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

그는 첫 음반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본격 '지르박 테크노' 음악을 해보겠다고 계획을 밝힌다. '카바레' 라는 저예산 독립음악 레이블에서 나온 이 앨범을 구하려면 홍대앞의 마이도스 (02 - 322 - 6697) 라는 음반점을 찾으면 된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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