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좋지 않아 지난 시즌 받은 5억5000만원보다 연봉이 깎일 것으로 예상됐던 그가 오히려 1억7000만원을 올려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7억2000만원은 한 팀 총 연봉의 40%며 KBL이 정한 연봉 상한선이다.
농구계는 연봉을 삭감해야 할 선수에게 오리온스가 왜 5000만원을 더 얹어주려 했는지도 의아해하고 있다. 다른 팀들은 “깎아도 한참 깎아야 할 선수”라고 말하고 있다.
김승현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지난 시즌 54경기 중 39경기에 나갔을 뿐이다. KBL이 산출한 공헌도에서 김승현은 전체 선수 중 34위, 가드 중에선 9위였다. 팀도 9위에 그쳐 김상식 감독이 경질된 오리온스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김승현이 빨리 나아서 팀에 합류하면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게 어렵기 때문에 일단 김승현이 없는 셈 치고 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백호 오리온스 사무국장은 “김승현이 ‘이왕 결렬된 바에야 최고 연봉으로 조정을 넣어 달라’고 해 7억2000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리온스가 왜 6억원을 냈느냐는 질문엔 “KBL에 형식적으로 제출하기 위한, 그냥 의미 없이 써 넣은 숫자”라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명쾌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조정 신청 내용을 보면 김승현은 역대 최고 연봉을 달라는 초강수를 뒀다. 오리온스는 끌려가는 인상이 짙다. 김승현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농구계에 파다하다.
김승현의 FA 계약 당시 실제 연봉은 발표된 액수보다 훨씬 많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샐러리캡 때문에 일부만 발표하고 나머지는 뒷돈으로 준다는 내용이다. 오리온스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펄쩍 뛰었지만 또 다른 팀의 사무국장은 “부진한 김승현에게 이제는 +α를 주지 않고 공개된 연봉으로 털고 가겠다는 뜻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