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승현-오리온스 희한한 연봉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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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프로농구 스타 김승현(31·사진)과 소속 구단 오리온스의 이상한 연봉 협상이 화제다. 김승현은 연봉 협상 마감일인 지난달 30일까지 팀과 계약에 합의하지 못해 KBL(한국농구연맹)에 연봉 조정신청을 냈다. 조정 신청서에 김승현은 7억2000만원을 요구했고 오리온스는 6억원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성적이 좋지 않아 지난 시즌 받은 5억5000만원보다 연봉이 깎일 것으로 예상됐던 그가 오히려 1억7000만원을 올려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7억2000만원은 한 팀 총 연봉의 40%며 KBL이 정한 연봉 상한선이다.

농구계는 연봉을 삭감해야 할 선수에게 오리온스가 왜 5000만원을 더 얹어주려 했는지도 의아해하고 있다. 다른 팀들은 “깎아도 한참 깎아야 할 선수”라고 말하고 있다.

김승현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지난 시즌 54경기 중 39경기에 나갔을 뿐이다. KBL이 산출한 공헌도에서 김승현은 전체 선수 중 34위, 가드 중에선 9위였다. 팀도 9위에 그쳐 김상식 감독이 경질된 오리온스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김승현이 빨리 나아서 팀에 합류하면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게 어렵기 때문에 일단 김승현이 없는 셈 치고 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백호 오리온스 사무국장은 “김승현이 ‘이왕 결렬된 바에야 최고 연봉으로 조정을 넣어 달라’고 해 7억2000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리온스가 왜 6억원을 냈느냐는 질문엔 “KBL에 형식적으로 제출하기 위한, 그냥 의미 없이 써 넣은 숫자”라고 답했다.

과연 그럴까. 명쾌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조정 신청 내용을 보면 김승현은 역대 최고 연봉을 달라는 초강수를 뒀다. 오리온스는 끌려가는 인상이 짙다. 김승현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농구계에 파다하다.

김승현의 FA 계약 당시 실제 연봉은 발표된 액수보다 훨씬 많다는 설이 흘러나왔다. 샐러리캡 때문에 일부만 발표하고 나머지는 뒷돈으로 준다는 내용이다. 오리온스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펄쩍 뛰었지만 또 다른 팀의 사무국장은 “부진한 김승현에게 이제는 +α를 주지 않고 공개된 연봉으로 털고 가겠다는 뜻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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