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삼성화재배 국내최초 통합예선전 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삼성화재배가 국내최초로 '통합예선전' 을 시도한다.

지금까지의 모든 대회 예선전은 초단 - 5단의 기사들이 1차예선을 치른 뒤 6단 - 9단의 기사와 합류, 2차예선을 치러왔으나 제3회삼성화재배세계오픈의 예선전에선 초단부터 9단까지의 전 기사가 한꺼번에 대결한다.

소위 고단자 프리미엄을 없애버린 것이다.

한국기원의 고단자들은 처음엔 "오랜세월동안 지켜온 단 (段) 의 권위가 무시당했다.

" 며 반발했으나 결국 통합예선전에 합의했다.

이로서 프로바둑계의 완전 실력대결을 가로막던 마지막 제한이 사라졌다.

바둑의 9품계는 중국 삼국시대 조조 (曹操)가 만들었다 하니 역사가 길다.

초단의 별칭은 수졸 (守拙) 이고 9단의 별칭은 입신 (入神) .그 차이는 까마득해서 한때는 초단이 9단과 대국하려면 3점을 접혀야 했다.

일본 막부시대엔 9단은 곧 명인을 의미했으며 명인은 당대에 한명만이 존재하는 바둑계의 절대권력자였다.

명인은 아예 없고 준명인 (8단) 이 최고수였던 시절도 있었다.

바둑 4가문이 서로 명인을 차지하려고 대를 이어 싸웠고 이리하여 단의 권위는 한없이 높았다.

그 여파로 현대의 프로제도가 생긴 이후에도 바둑계는 '단 = 실력' 이란 인식아래 그 권위를 존중해왔다.

승단대회에선 반드시 단위에 따라 접바둑을 두었고 총호선으로 둘 수밖에 없는 일반 대회에서도 1, 2차 예선을 나누어 하늘같은 대선배인 9단이 신출내기 초단과 만나는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이당시만 해도 실력있는 사람이 본선에 오르도록 우연성을 배제하려는 의도도 강했다.

세월이 흘러 10대의 저단진들이 바둑계를 휩쓸고 9단이 번번히 초, 2단들에게 꺾이는 상황이 되자 "고단자 프리미엄을 없애야한다.

" 는 의견이 일반 팬들로부터 강하게 쏟아져나왔다.

결국 한국기원이 스폰서인 삼성화재측의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여 사상최초의 통합예선전이 열리게 됐다.

그러나 절충안으로 대국료에서나마 단의 권위가 살아남게 됐다.

1단에 2만원의 차이를 두어 예선전 첫판의 대국료는 9단이 50만원이고 초단은 34만원을 받게된 것이다.

또 오픈전인 삼성화재배는 아마추어들도 출전하는데 이들의 대국료는 초단에 준한다.

이달 30일 시작되는 통합예선전엔 국내기사 144명, 외국기사 31명 (일본15명 중국10명 미국.대만 각 3명) 아마추어 5명 (세계.유럽챔피언 각1명, 국내선발 3명) 등 총 18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