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선진국은 나는데 우리는 게걸음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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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내 정보화의 길은 아직도 멀었다.

최근 한국전산원이 발간한 '98 국가정보화 백서' 에 따르면 미국.일본 등의 96년 정보화지표는 3천6백11점으로 전년 (2천1백68점) 보다 66%나 개선됐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같은 기간 중 4백89점에서 6백89점으로 40% 정도 나아지는 데 그쳤다.

선진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보화지표는 설비.이용도.지원의 세 가지 측면을 종합해 계산되는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전화보급률.전용선 매출액.TV 보급대수.종합정보통신망 (ISDN) 등으로 산정되는 설비부문. 이 부문에서 선진국의 점수는 전년보다 91%나 높아졌는데 우리 나라는 30%밖에 나아지지 않았다.

이는 우리 나라의 ISDN 보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멀티미디어화가 늦어져 2000년 이후 심각한 정보낙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통신관련 투자액 등 정보화 지원부문은 선진국의 개선비율보다 오히려 높았다.

인력양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분간 우리 기업의 정보화투자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정보화예산은 94년 0.4%에서 95년 0.7%, 96년 1.06%로 높아졌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한 지난해 1.13%로 약간 성장하는 데 그쳐고 올해에는 1%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보화투자도 중앙부처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서울시를 비롯한 16개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올해 정보화예산이 전체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 안팎에 불과했다.

이는 중앙부처에서 정보화 예산비율이 높은 특허청 (23.3%).과학기술부 (18.7%).해양수산부 (6.7%).정보통신부 (2.4%)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지자체별로는 울산시 (0.56%) 와 전북 (0.38%).서울시 (0.38%).경북 (0.35%) 등이 낮았고 충북은 0.09%로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16개 시.도 가운데 충북 ( - 41.1%).대전 ( - 37.3%).강원 ( - 30.8%) 등 7개 시.도는 올해 정보화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의 정보화도 늦어질 조짐이다.

지난해 PC 제조업체들의 가정용PC 생산량은 70만대로 96년 (87만대)에 비해 19.5%나 줄어들었다.

경기침체로 각 가정에서 PC 구입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97년 후반이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각종 소자본창업 (SOHO) 이 늘고 있다는 점. 인터넷의 등장과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조기퇴직 사례가 늘면서 개인창업이 일상화되고 있다.

SOHO 개인비즈니스는 인터넷 중개서비스를 포함해 ^신문기사제공 ^가상서점 ^헤드헌터 ^인트라넷등이 있다.

최근에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여러 사람이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그래픽게임을 즐기는 '머드 (MUD)' 나 홈페이지제공사업과 정보제공업등이다.

그러나 소호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코리아소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신인프라구축.자금지원.규제완화.특허제도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의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각종 정보공동체의 활동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직은 한국전산원이나 한국정보문화센터등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사례가 많지만 신문명아카데미 (시민정보사회커뮤니티).YMCA (시민정치네트워크).크리스찬아카데미 (사이버민회) 등은 자발적인 시민모임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

이밖에 전자민주주의 활동의 일환으로 가상국회인 사이버파티,가상여성정당인 사이티등이 주목을 모은다.

이민호.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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