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 의장說' 정가에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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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15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자민련의 박준규 (朴浚圭.대구중.9선) 의원을 강력하게 밀고 있는 사실이 2일 알려지자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즉각 '저항의지' 를 드러냈으며, 자민련은 자당 소속의원이 입법부의 수장으로 내정됐는데도 오히려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金대통령의 뜻이 전달되기 전 여야 3당총무간엔 JP총리의 '서리' 떼기와 '한나라당출신 국회의장' 의 맞교환 (빅딜) 이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이 朴의원을 점찍은 데는 우선 개인적인 '우정' 이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 50년대 후반 같은 정파 (민주당 구파)에 있었던 두 사람은 줄곧 여야의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93년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집권 초기 국회의장이었던 朴의원은 '정계은퇴한 김대중씨' 에게 기념패를 전달했는가 하면, YS가 재산문제로 朴의원을 '팽 (烹)' 할 때 영국에 체류하던 DJ가 그를 보호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지난 대선때 DJP후보단일화의 전도사를 자임하며 TK (대구.경북) 지역을 맡았던 朴의원에 대한 고마움이 고려됐음은 물론이다.

청와대측은 동서간 지역화합 차원을 강조한다. "대통령은 호남, 국무총리는 충청, 국회의장은 영남이라는 모양새를 생각한 것 같다" 고 金대통령의 의중을 설명했다.

재.보궐선거를 앞둔 '영남권 배려' 의 정치적 효과도 기대했음직하다.

문제는 자민련에 있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의 '꼬리떼기' 가 지상과제인 당으로서는 '박준규 카드' 로 한나라당이 반발을 보여 문제가 헝클어질까 걱정하고 있는 것. 구천서 (具天書) 총무는 "朴의원에게는 미안하지만 우선순위는 JP문제" 라며 '국회의장 양보의지' 를 공개할 정도다.

이날 당사를 찾은 JP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세상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 너무 서두를 필요 없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의석 과반수 붕괴' 의 때를 기다려 두 마리 토끼 (서리떼기.국회의장 임명) 를 다 잡겠다는 DJT (김대중 - 김종필 - 박태준) 수뇌부간의 협의가 있었는지 궁금케 하는 발언이다.

대체적으로 한나라당의 '저항능력' 이 떨어진 상황에서 金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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