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은행 경영평가]살아난 은행도 생각보다 엉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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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흥.상업.한일.외환은행 등 대형시중은행의 경영상태가 매우 나빠져 지난 3월말 기준으로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이 1~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퇴출명령을 받은 5개 은행은 물론 조건부승인을 받은 평화.강원.충북은행도 오는 2000년 3월까지 BIS비율이 목표수준 (6~8%)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됐다.

1일 금융감독위원회가 공개한 경영평가 대상 12개 은행의 부실상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지니고 있는 불건전여신 (한달이상 연체여신) 은 모두 43조7천6백억원에 달했다.

또 퇴출된 5개 은행과 강원.충북은행은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은 부실금융기관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함께 BIS비율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조흥.상업.한일.외환은행을 제외한 8개 은행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부실 얼마나 심한가 = 간판선수격인 대형 시중은행들도 BIS비율이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흥.상업은 2%에도 못미쳤고 한일도 4%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이는 국제기준을 적용해 다시 뽑은 숫자로 이들 은행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종전의 은행감독원 기준을 적용해 계산한 대형 시중은행의 BIS비율은 대부분 7%대였다.

그러다 이번에 국제통화기금 (IMF) 과 합의된 국제기준을 사용한 결과 과대 포장돼온 부실의 실체가 처음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또 그동안 은감원이 쉬쉬해오던 한달이상 연체여신 (요주의) 을 포함한 불건전여신 규모가 낱낱이 밝혀졌다.

경기.강원은행의 경우 총여신의 절반정도가 불건전 여신이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총여신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 추가정리 가능성 크다 = 앞으로는 BIS비율이나 부실자산을 산출하는데 IMF와 합의한 국제기준이 통일된 잣대로 사용된다.

따라서 은감원 기준으로 지난해말 BIS비율이 8%가 넘은 은행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국제기준을 사용하면 은감원 기준으로 산출된 BIS비율이 적어도 3~4%포인트 이상 하락하게 된다.

지금 우량하다는 판정을 받은 은행들도 다시 들여다보면 순식간에 부실은행으로 바뀔 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BIS비율 8% 초과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추가정리되는 은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에 살아남은 은행들도 앞으로 분기별 BIS비율을 점검해 목표치에 미달하면 즉시 퇴출될 수도 있다.

◇ 모호한 판정결과 = 평화은행의 경우 오는 2000년까지 자구노력을 해도 BIS비율이 마이너스에 머무를 만큼 부실이 심한데도 퇴출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BIS비율에 별 차이가 없는 동화.동남.충청은행은 퇴출돼 기준이 모호하다.

또 강원.충북은행은 채무가 재산을 초과한 상태인데다 2000년 3월까지 BIS비율이 6%에도 못미치는데도 경영정상화 계획의 현실성을 인정받았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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