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對中 전략적 외교 펼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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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 결과 미.중관계는 21세기를 지향한 동반자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관계는 북한잠수정 침투로 인해 또다시 긴장되고 있다.

차제에 우리는 미.중협력이 남북화해 및 협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대미 (對美) 및 대중 (對中)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난 89년 천안문 (天安門) 사건 이후 9년만에 미국대통령이 중국의 장쩌민 (江澤民) 주석과 베이징 (北京)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미.중관계가 대결에서 협력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10월 江주석이 워싱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선언했던 '미.중 동반자관계' 는 이번 회담에서 더욱 현실화됐다.

냉전종식 이후 유일한 초강국으로 군림해 온 미국과 21세기 초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인권.티베트 및 세계무역기구 (WTO)가입 등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금지, 지역안정 및 외환위기 등에 대해 협력하기로 폭넓게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4강관계를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 대신 중국이 더 큰 힘과 지도력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미.중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신흥강국인 중국을 국제체제에 포용하려는 정책과 중국이 아태지역의 강대국으로서 미국과 대등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정책간에 공통이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95년과 96년 대만해협에서 미국은 중국과 군사대결을 겪은 뒤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은 위험하므로 포용해 국제 안보.경제 및 정치체제 속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인류역사상 새롭게 성장했던 강대국을 기존질서 속으로 통합하는데 실패한 결과 세계대전이 일어나곤 했다. 이를 체험한 미국은 21세기초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경제 및 군사대국이 될 중국과의 협력을 미국외교의 최대과제로 여겼다.

때문에 클린턴은 핵확산금지와 한반도 안정은 물론이고 12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중국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내에서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심지어 일부 민주당인사들도 클린턴의 중국포용정책은 독재정권의 인권탄압을 무시했고 미국기업들의 사익 (私益) 만을 두둔할 뿐 아니라 이란과 파키스탄에 미사일을 수출하는 중국의 국력배양을 도와준다고 비난해 왔다.

그들은 중국인민해방군이 수천명의 민주주의운동지도자들을 학살했던 천안문에서 클린턴이 江과 함께 환영식을 갖는 것에 반대했고 티베트에서 반체제인사들이 체포되고 있는 동안 그가 중국방문을 취소해야 한다고까지 요구했던 것이다.

이것을 의식한 클린턴은 지난달 27일 천안문에서 중국당국이 89년 학생들을 상대로 무력을 사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정부가 클린턴이 江과 인권에 대해 70분간 설전했던 기자회견을 그대로 전국에 중계한 것은 클린턴의 체면을 크게 세워줬다.

29일 베이징대에서도 클린턴은 미래의 지도자들에게 인권과 민주주의는 보편적 가치이므로 중국도 이 자유를 허용할 때 비로소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의했다.

한편 江에게는 클린턴과 나란히 서서 미.중관계와 인권에 대해 대등하게 토론한 것 자체가 중국과 그 개인에게 크나큰 존경의 표시였고 위상을 높여준 일이었다.

그는 현안에 대해 중국이 미국과 많은 이견을 갖고 있지만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 양국은 공동이익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역설해 국내외에서 그의 지도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미국과 협력관계를 조성하는 것이 대만의 독립을 막고 동시에 자국의 경제개혁 및 개방에 도움이 된다고 그는 판단했다.

덩샤오핑 (鄧小平) 이 사망한뒤 江은 군부와 정부를 장악해 외교 및 전략분야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도 자신감을 보여줬다.

한반도에 관한 한 양국이 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하기로 했다고 클린턴이 언급했을 뿐이다.

원칙적으로 미.중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주도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두 강국은 한반도를 그들만의 양자관계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면 무엇보다 중국이 우리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줘야 한다.

우리는 한.미조정을 원만히 수행해 남북대화의 실현에 중국이 진실로 건설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끔 매우 전략적인 외교를 펼쳐야 할 것이다.

안병준<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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