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희망서 두려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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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지금 자신감의 위기(Crisis in confidence)에 빠져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증시가 지난 2분기 차이나 쇼크에 이어 2차 조정기에 접근하고 있다는 우울한 분석이 나왔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박천웅 상무(리서치 헤드)는 22일 '희망에서 두려움으로-하락 사이클의 두번째 구간'이란 보고서에서 한국이 자신감 위기에 빠진 탓에 한국 증시의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한국의 주식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이 같은 심리적인 좌절이 세계경제의 하락기와 겹친 것이 한국경제의 더 큰 불행이라고 덧붙였다.

박 상무는 지난 7일 '지금 왜 정치가 중요한가'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의심하고 있으며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이 생활 수준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었다.

그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중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데다 한국 투자자들은 자신감을 잃어버렸다며, 한국경제는 국내 투자심리가 약한 탓에 내수가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요즘 한국 시장이 중국의 연착륙이나 미국 경기의 추가적인 확장, 내수 회복 등에 '희망'을 갖고 있지만 이 같은 희망이 좌절로 바뀌는 것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모건스탠리는 이미 한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내렸으며, 구조적인 장기 침체를 회피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국민의 불안을 다독거려 국내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개선될 때까지는 내수 업종에 대한 낙관론을 접었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미국 증시는 현재 '불신' 단계에서 '희망' 단계로 옮겨가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투자자들의 정서가 '희망'에서 '두려움'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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