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송두율씨 석방한 항소심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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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고등법원이 그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그를 석방했다. 이번 판결은 그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는 부분 등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핵심 내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가 송씨를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증거 판단의 문제로 전적으로 재판부 권한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수 없다. 판결문에서 밝혔듯이 범죄의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에 의해야 하고, 그 증명의 정도가 이에 이르지 못하면 유죄의 의심이 들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심에선 황장엽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유죄를 인정한 터여서 국민으로선 혼란스럽다.

재판부는 송씨의 저술활동과 관련해 친북 편향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를 두고 학문.양심의 자유에 대한 폭을 넓혔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편향성이 어느 정도여야 처벌 대상이 되는지 그 기준이 모호하다. 친북 편향의 저술활동을 펴더라도 사실상 처벌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송씨가 1994년 김일성을 조문한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재판부는 의례적인 장례 및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일 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헷갈린다. 그가 91년부터 94년까지 다섯 차례 방북, 김일성을 면담한 부분 등에는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일성의 사망 날짜에 맞춰 국내에서 그를 추모하더라도 이를 방치해야 하는가.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이념 갈등이 확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종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송씨도 대한민국의 법체계를 비난할 게 아니라 스스로 자중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 심리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