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선2기 지자체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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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선 2기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됐다.

1일 출범한 2기 지자체 (地自體) 는 1기 때보다 여건이 훨씬 열악하다는 점에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노력.분발이 한층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1기 지자체를 반면교사로 삼아 보다 성숙한 지방자치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3년전 재도입된 전면 지방자치제도는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지만 이 땅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50년만의 여야 정권교체도 지방자치 실시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

특히 주민들이 지방행정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지역별로 경쟁개념이 도입되면서 시.군.구 등 지방행정기관의 주민에 대한 서비스가 많이 좋아진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단체장들의 인기위주 행정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지역주민의 여론만 의식한 개발만능 행정은 숱한 자연환경 파괴를 낳았다.

선거를 앞두고는 단체장 과잉홍보.선심행정 등 불법과 탈법이 판쳤고 공무원들의 줄서기로 지방행정 공백상태를 빚기도 했다.

때문에 현직 단체장의 선거직 출마제한이나 선거후 취임까지의 기간단축 등 제도개선 문제가 공론화된 상태다.

새로 출발하는 단체장 앞에는 당면 현안들이 수북하다.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에 따른 주민 실업대책이 발등의 불이다.

기업체의 도산이나 구조조정에 금융 빅뱅 등 경제난은 날로 심화되고 이에 따른 세수 (稅收) 감소는 가뜩이나 빈사상태인 지방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실태분석 결과 연말까지 43개 지방자치단체의 부도가 예상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단체장들이 경영마인드를 갖고 공무원 감축 등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는 한편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온 힘을 모으는 것이 제일의 과제다.

선거공약의 실천도 중요하다. 선거공약은 주민과의 약속이므로 지켜야 하나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사업성 공약은 뒤로 미룰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기에 지역경제에 주름살이 가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주민간 갈등해소도 시급하다.

또 선거를 전후해 해이해진 지방공무원들의 기강도 확립해야 한다.

이밖에 2기 지자체는 새로운 밀레니엄, 21세기라는 시대적 전환점에서 지방행정의 과학화.세계화를 이룩해야 하는 역사적 임무도 띠고 있다.

이 모두가 중앙 정부의 협조 없이는 해결이 어려운 과제들이다.

이제 지방자치도 민선 2기를 맞은 만큼 중앙 정부는 대폭적인 인사권 이양과 과감한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으로 지방행정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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