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클린턴 행보 초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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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클린턴 미 대통령의 중국방문으로 미.중 양국간 결속 분위기가 무르익자 대만 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만 외무부는 '24시간 긴급상황실' 을 설치하고 각종 첩보기관을 총가동하는 등 중국을 방문중인 클린턴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밀히 주시하고 있다.

한편 수천명의 대만 국민들은 "중국에 접근하기 위해 대만 국민들을 희생치 말라" 는 경고의 메시지를 미국측에 보내기 위해 서명작업과 함께 가두시위에 나섰다.

대만 정부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도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만을 배반할지 모른다' 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관점에서 보면 대만의 이같은 우려는 다소 과장된 것으로 비친다.

클린턴 행정부는 출범이래 줄곧 "대 (對) 대만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 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그동안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문제에 대해 중국과 이견을 보여왔다.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은 미국측이 대만과의 비공식적인 관계마저 끊고 군사무기 등의 제공을 중단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국측은 이에 대해 아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클린턴 대통령은 방중에 앞서 지난 26일 "이번 방중으로 인해 미국의 대대만정책에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확약도 대만당국을 안심케 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당국은 최근 수년간 클린턴 행정부가 대만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대만이 미.중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어떤 돌출행동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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