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항해일지'로 본 침투경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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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7일 발견된 북한 잠수정 승조원들의 메모를 토대로 중앙합동신문조가 재구성한 '침투일지' 엔 잠수정의 항해 경로와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21일 오후10시 침투조로 보이는 안내원 (저격수) 이 출발, 22일 0시3분 임무수행이라고 기록된 부분은 잠수정이 우리 해안에 상륙한 후 임무를 완료하고 북으로 귀환중이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물증.

합신조에 따르면 승조원 9명중 3명이 안내원으로 밝혀져 이들 3명이 해안에 상륙, 모종의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 잠수정은 상륙지점에서 1천5백m 떨어진 해상에 머물렀으며 호흡기가 고장나 교체했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안내원들은 산소호흡기를 이용, 헤엄쳐 뭍으로 침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북으로 돌아가기 2시간전 날씨가 흐리고 파고가 1m에 이른다는 기상 메모와 자체장비 이상으로 시간이 지연됐다는 기록으로 보아 이들이 당초 예정한 귀환시점이 일지상의 '22일 0시38분' 보다 2~3시간 이전이었음을 추측케 해주는 대목.

이들이 계획된 시간에 우리 해안을 벗어났다면 그물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북으로 귀환했을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동일호 선장 김인용 (金仁龍) 씨가 그물을 친 시간은 22일 새벽이어서 귀환시간이 빨랐다면 그물을 치기 전에 사고해역을 벗어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비이상으로 출발이 지연되고 호흡기가 고장나 교체한 사실 등에 비추어 잠수정이 오래되고 낡아 성능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7시 하선지 바다밑에 도착하고서도 50분간 표류했다는 기록도 기상이변 또는 장비의 이상에 따른 것으로 판단되나 더이상의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일지에는 제1변침점과 제2변침점 같은 침투로상의 특정지점을 의미하는 용어가 등장, 북한이 잠수정을 이용해 우리 해안으로 침투하는 고정 루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정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 속초 인근 해안인 북위38도11분 지점에서 잠수정이 귀로에 올라 북위38도12분 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점을 감안하면 임무후 곧바로 도주중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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