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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못다 이룬 '1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0세기 세계사에 오점 (汚點) 을 남긴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고집스럽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또 그들은 남달리 스포츠를 좋아하는 공통점도 지녔다.

히틀러는 1921년 당의 각종 집회를 방위한다는 명분으로 '스포츠대 (隊)' 를 창설했고 '국위선양' 만을 목표로 36년 베를린올림픽을 치렀다.

이때 군대의 강력한 지원과 협조에 힘입은 나치독일은 38개의 금메달로 종합1위를 차지해 히틀러를 흡족케 했다.

히틀러에 비하면 무솔리니는 보다 직선적이었다.

베를린올림픽때 히틀 러는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라" 고 명령했지만 그보다 2년 앞선 34년의 이탈리아 월드컵때 무솔리니는 선수단을 불러 "꼭 우승하라" 고 지시했다.

결국 이탈리아팀은 무솔리니의 지시대로 우승했지만 우승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뒤따랐다.

8강전에서 스페인과 맞붙었을 때 스위스 심판은 스페인이 적법하게 넣은 두 골을 인정치 않은 대신 이탈리아의 공격수가 스페인의 골키퍼를 넘어뜨리고 넣은 골은 묵인함으로써 이탈리아팀에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정해진 룰에 따라 공정하게만 치러진다면 제아무리 막강한 절대권력자 라도 스포츠의 승패까지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객관적 평가에 따른 실력의 격차도 스포츠 외적 (外的) 인 요소의 틈입을 최대한 차단한다.

하지만 이변 (異變) 이나 뜻밖의 결과도 많은 것이 또한 스포츠다.

이길 확률이 1천분의1이라도 그 확률이 적중할 때가 있다는 기대가 스포츠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가령 66년 영국 월드컵때 북한은 이길 확률 5백분의1이라던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꺾은 일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보면 우리 축구는 실력으로는 아직 세계 톱 클라스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으니 아직 낮은 확률의 이변이나 기대해야 할는지. 물론 이변도 정신력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면 실력을 더 쌓으면서 성숙될 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번 프랑스 월드컵에선 당초 16강에 대한 기대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하다가 그게 좌절돼 '1승' 에 대한 열망으로 자리를 바꿨지만 그 역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벨기에와의 게임에선 전의 두 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정신력과 투혼을 읽을 수 있었으니 다음 대회에나 다시 기대를 걸어볼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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