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협에 위기감 고조 “일방적으로 끌려다녀선 안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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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호 03면

최근 국민들 마음속에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에만 장거리 로켓 발사, 제2차 핵실험, 개성공단 직원 억류 등으로 북한발 위기의 강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정에 곧바로 북한이 강하게 보복 의지를 밝히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외교안보

북한발 안보 위기가 심화하면서 북한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04년 EAI·중앙일보 조사에서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데 대해 찬성과 반대가 반반씩 팽팽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보유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압도한 게 대표적이다.

이뿐 아니라 올 2월 조사와 비교해 보면 6자회담에 대한 기대는 줄어든 대신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PSI 가입과 개성공단 등 대북 교류사업 중단에 대한 지지는 늘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참전하겠다는 입장도 열 명 중 여섯 명꼴로 많았다. 일방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일면만 바라봐서는 한국 사회에서 표출되는 안보 여론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힘들다. 2002년 12월 촛불시위 이후 ‘동맹 대 자주’에 대한 입장은 엎치락뒤치락하길 반복해 왔다. 2006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이후로는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여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가 과거처럼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대결의식으로 귀결되진 않는다. 이 점이 국민 안보의식 변화의 핵심 포인트다.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가 북한을 포용하자는 인식과 공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친미-반미, 친북-반북으로 양분되기보다는 상반된 가치가 공존하는 양면적 태도(ambivalent attitudes)가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미 동맹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한반도 안보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면서도 동시에 남북 교류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만만찮다.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가 높은 동시에 2012년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환수하라는 의견이 다수(55.3%)인 점이 이를 대변한다.

또 6자회담에 대한 기대가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민 대다수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풀리길 기대하고 있다. 북한을 배제한 5자회담 구상에 대해서는 과반수(51.9%)가 반대한다. 개성공단 중단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아졌지만 여전히 개성공단과 남북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65.2%)다.

이처럼 복합적이고 양면적인 안보의식은 한국 안보 상황에 기회이자 도전이다. 국민들 사이에는 치우침 없이 균형을 잡으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안보 상황의 변화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왕복하는 집단적인 쏠림 현상이 상당 부분 줄고 있다. 이로 인해 냉정하고 차분한 외교안보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양면적 가치의 공존을 인정하면서 원칙을 갖고 균형을 잡아 가기보다는 한 면만 부각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경우 화해와 통합의 길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양비론 같은 무책임한 비판만 쏟아낼 경우 정작 위기가 현실화될 때 국민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20대 젊은 층의 절반(48.5%)이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참전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 점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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