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에 생각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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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포로들끼리 모이기만 하면 무심한 대한민국 정부를 원망하면서 고향에 가는 이야기만 나눴다. " 지난해 말 북한을 탈출해 서울로 온 국군포로 양순용 (梁珣容) 씨의 회고였다.

그때 梁씨는 같은 국군포로 50~60명의 생존을 확인했으며 그중 7명의 명단을 밝혔다.

그후 이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하려는 가족들의 애타는 탄원이 계속됐지만 시원한 답을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6.25전쟁 48년째에 정부수립 50주년을 맞고 있다.

이 긴 세월동안 우리 정부는 전장에서 사라진 국군 포로들의 생사확인과 송환여부를 제기한 적이 없다.

남북간 극한 대치상태는 물론이고 대화와 협력 무드가 높았던 때도 거론되질 않았다.

이제 금강산 관광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선 지금도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쟁에서 신명을 바친 군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하다.

국방이 국민의 의무이듯 참전 군인에 대한 생사여부 확인과 송환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왜 미국은 6.25 당시 전사한 미군유해송환에 그토록 집요하게 매달리는가.

하와이에 있는 미군 신원확인소에는 참전용사의 손톱까지 찾아내 보관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몸바친 젊은이들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책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은 국가 위기가 닥치면 모든 것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참전하는 것이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와서 정부가 느닷없이 포로송환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을 것이다.

국군포로도 이산가족이라는 시각에서 그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먼저 벌여야 한다.

당시엔 국군이었지만 지금은 북한 주민이기 때문이다.

생사가 확인되면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남쪽의 미전향 장기수와 교환하는 형식을 검토할 만하다.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으로 어느때보다 남북관계가 순조로울 전망이다.

닫혔던 군사정전위도 열렸다.

금강산 관광과 경협도 중요하지만 우리 정부를 원망할 국군포로의 송환을 앞서 추진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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