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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순결한(?) 사업으로 억대연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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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사업은 무엇일까? 무한 경쟁인 사업에서 순결이라니. 사업과 순결,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가장 순결한 사업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뭉친 청년 사업가가 있다. 그가 판매하는 상품은 생리대. 여성의 성역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장영민 대표에게 생리대는 순결 그 자체다. “1회용 생리대가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것이 30년 정도입니다. 하지만 건강이나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처음 면 생리대 판매를 시작했을 때 생리대를 어떻게 빨아 쓰냐, 불결하다는 등의 비난도 받았습니다.” 장영민(28) 대표와의 첫 만남은 사방에 생리대가 가득찬 방에서였다. 땡땡이 무늬, 빗살 무늬가 오색으로 섞여 벽을 이룬 곳. 하지만 포근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디자인이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아니, 생리대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편견은 나의 가장 큰 적!

“편견이죠. 남자가 생리대를 만드는 것이 이상해 보이고, 생리대를 빨아 쓰는 것이 더럽다 생각하는 그 자체가요. 생리는 여성의 몸 상태를 알 수 있는 귀한 정보 중 하나에요. 자신의 몸 일부를 휴지로 싸서 버리는 것이 더 불결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저희 제품을 사용해 주시는 분들 중에는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께서 칭찬을 해주셨다는 분부터 자신의 몸이 소중하게 생각돼서 더 청결하게 관리하게 된다는 분도 계세요. 여성의 생리가 귀찮고 더러운 과정이 아니라 내 몸을 알고 지킬 수 있는 순결한 과정이 된 거죠. 그래서 순수한 사업이라 생각해요.” 남자가 생리대에 둘러싸여 있어도 생리대란 느낌이 들지 않는 포근함.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현재 장영민 대표가 운영하는 ‘한나패드’는 면 생리대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4년 전, 24살 청년이 시작한 사업이 억대연봉을 벌어들일만큼 제법 큰 사업이 되었다. 그의 사업 비결은 무엇일까? “억대연봉도 작년부터에요. 재작년까지는 계속 재투자를 했어요. 흡수력을 높이고 통풍성과 방수성을 가진 원단을 찾기 위해 노력했죠. 생리대가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해요. 여성의 민감한 부위에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목화솜, 상수원단, 면 원단 등 모든 것의 품질이 뛰어나야 하죠. 더불어 여성분들이 사용하시는 거잖아요. 디자인은 필수죠.” 실제 ‘한나패드’의 상품평은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칭찬이 대부분이다. 깔끔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에 최상 품질의 원단 비결이라 하기엔 단순하지만 최상의 노하우 아닐까?

억대연봉 비결요? 도덕책에 있어요

“현재 60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제품 하나하나에 고객들의 평가는 각기 다르죠.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충족시키니 제품이 완성되더라고요. 그때 배운 것이 고객의 소중함이었어요. 지금 당장 몇 푼 더 벌자고 품질이나 서비스가 떨어지면 고객은 떠나가죠.” 그래서일까? 고객관리에 대한 장영민 대표의 노력은 눈물겹다. 원단구매와 디자인까지 직접하고 있으며 하청 공장 관리 역시 매일한다. 고객들의 불만사항 체크 역시 즉각적이다. 인터뷰 중간에도 고객메일함에 알람이 움직이면 바로 확인하는 열정을 보였다. “재작년 방수원단에 문제가 있었어요. 한 원단으로 천 장정도 제작해 판매를 했는데 그중 몇 분 고객들께서 항의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즉시 환불해드리고 확인해봤죠. 전 제품보다 방수력이 떨어지더라고요. 고객들은 약간의 차이도 바로 아시거든요. 그래서 솔직하게 공지사항에 알렸어요. 그리고 문제 제품을 구매하신 소비자분들께 일일이 전화를 드리고 리콜을 실시했죠. 지금은 그때 고객님께서 더 열성적으로 홍보해 주세요.”

여성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하나같이 ‘여성을 공부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하지만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리콜을 실시하는 것도, 대표가 직접 모든 과정에 참여를 하는 것도 흔치 않다. 장영민 대표는 여성을 공부하기 보단 여성을 이해하려는 노력했다. 여성의 민감한 부위에 사용하니까 좀 더 좋은 소재를 사용하고, 자신의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여성의 소중한 부위에 상처를 준 것 같아 즉시 사과하고 그에 따른 대처를 했다. 도덕책에 나와 있는 아주 고지식하고 누구나 아는 방법이다. 하지만 도덕책 한 권이 그에게 만들어준 것은 사업가로서의 성공과 고객의 신뢰가 아닐까?

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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