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금강산]가을 금강산 관광 설레는 국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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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 가을엔 노랫말처럼 아련한 '맑고 고운' 금강산에 올라볼 수 있을까. '통일소' 5백마리를 몰고 방북 (訪北) , '통일의 희망' 을 안고 돌아온 현대 정주영 (鄭周永) 명예회장이 23일 북측과의 합의로 올 가을부터 금강산관광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히자 실향민을 비롯, 온국민이 그리운 북녘땅에 대한 설렘에 젖었다. 금강산 지척에 고향을 두고 월남한 김영기 (金暎起.75.서울강서구화곡동) 씨는 "죽기전에 한번만이라도 고향땅을 밟아보는 것이 소원" 이라며 "가족들을 데리고 금강산에 올라 고향땅 구경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떨린다" 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임직각에서 열린 鄭명예회장 환영식에 참석한 강원도통천구민회 이기호 (李基浩.68) 사무국장은 "유람선 타고 금강산 구경가는 일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鄭회장이 8백만 실향민에게 큰 선물을 했다" 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인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역사적 사건" (참여연대) , "자유교류의 전면적인 확대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경실련) 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나 전날 불거진 북한군 잠수정 사건으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교류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鄭회장 일행은 이날 오전11시25분쯤 임진각 통일대교 남단에 마련된 환영식장에 도착.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연단에 오른 뒤 3백여명의 실향민과 임직원들을 향해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가을에 모두가 금강산을 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며 짧은 귀환보고를 한 뒤 환영인파의 박수를 받으며 승용차편으로 행사장을 떠났다.

○…鄭회장은 승용차로 기자회견장인 평화의 집으로 이동, 11시45분부터 10분동안 내.외신 회견을 가졌다.

그는 다소 피곤해 보였으나 소감을 읽어내려갈 때나 기자들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변. 특히 김정일 (金正日) 과의 면담 여부를 묻는 대목에서는 "바빠서 못만났지만 9월엔 꼭 만나기로 했다" 며 재방북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상기된 표정의 鄭회장은 김정일을 '장군님' 이라고 호칭, 참석자들이 어리둥절해하기도 했으나 한 배석자는 "북한체류 동안의 예우차원에서 붙이던 호칭이 우연히 튀어나온 것" 이라고 해명.

○…鄭명예회장은 "고향인 강원도통천군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다 만났다" 며 " (89년 방북때보다) 북한이 많이 발전한 것 같더라" 고 말했다.

또 정세영 (鄭世永) 현대자동차 명예회장과 정몽헌 (鄭夢憲) 현대그룹회장도 방북 성과에 크게 만족한 듯 계속 미소를 지으며 "남북경협에 물꼬를 틀만한 일들이 많았다. 자세한 내용은 차차 밝히겠다" 고 말했다.

고수석.양선희.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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