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 예인중 침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 영해에 침투했던 북한 잠수정 1척이 발견 21시간만인 23일 오후1시40분쯤 동해항 방파제 1.8㎞ 지점에서 예인중 완전히 가라앉았다.

이에 따라 잠수정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던 승조원 (5~6명 추정) 을 비롯한 승선인원이 모두 숨진 것으로 보인다.

합참관계자는 "잠수정 내부가 거의 침수된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합참 임종천 (林鍾千) 작전부장은 "예인하던중 여러차례에 걸쳐 수중음향 탐지기를 동원하고 잠수사들이 망치로 선체를 두들겼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며 침몰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도 자폭 등으로 모두 사망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합참은 또 승조원의 생존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승조원이 잠수정을 탈출, 동해안으로 달아났을 경우를 가상해 해상지역에 비상경계령을 발령했다.

합참은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군사도발로서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하는 대북 포용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 "2년 전 북한 잠수함의 강릉침투 사건 때 정부가 졸속으로 처리해 문제가 있었다" 며 신중한 판단과 대처를 거듭 강조했다.

북한측은 잠수정이 기관고장으로 표류했다며 사고임을 주장하고 있다.

◇ 예인 = 합참은 "우리 영해에 들어온 북한 잠수정 1척을 오후1시쯤 동해항 방파제 1.8㎞ 지점까지 끌어왔으나 점차 부력을 상실해 추가로 예인선 1척을 동원, 부양에 나섰으나 예인선 1척의 로프가 끊어지면서 잠수정이 33m 깊이의 바닷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고 밝혔다.

합참은 잠수정이 침몰한 이유에 대해 ^선체에 구멍이 생겼거나 ^부양장치인 블러스트 탱크의 밸브가 고장났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24일 오전중 잠수사를 동원, 선체에 공기주머니를 달아 부양을 시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잠수정에 대한 합동신문조의 분석과 잠수정 내부에 대한 수색은 부양작업이 이뤄진 뒤인 25일께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 당국은 잠수정을 물 위로 떠오르게 한 뒤 해군 수중파괴대 (UDT) 를 투입해 정밀수색작업을 벌여 승조원 생존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또 승조원이 살아있을 경우에 대비해 강릉 무장공비사건 때 생포된 이광수씨를 동해항에 대기시켜 투항을 권유하기로 했다.

◇ 햇볕정책 =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이번 사건은 군사적 사건으로 북한을 개방시키려는 金대통령의 '햇볕정책' 과는 무관하다" 며 "북한이 이번과 같은 행위를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포용정책을 더 강화할 것" 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대변인도 "이번 일로 金대통령의 '햇볕정책' 이 흔들릴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예단" 이라며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 잠수정 조사결과 도발의도가 분명히 드러날 경우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고, 대북 교류.협력사업 승인과 관련법 개정문제를 신중히 다루는 등 '햇볕정책' 의 속도와 폭을 조절할 방침이다.

특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