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뻥 뚫린 고속도로, 충남 내륙이 가까워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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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계절 여름이 왔다. 젊은이들이 23일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을 달리고 있다. 올여름 충남 서해안의 해수욕장과 문화유적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산업단지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당진, 서천~공주 고속도로가 개통된 덕분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태안출신인 나에게 바다는 고향 그 자체다. 또 바다는 꿈이며 일상이다. 그런 바다를 덮친 흉흉한 모습에 넋을 잃고 절망한 순간이 있었다. 2007년 12월 충남 서해안에서 벌어진 ‘기름과의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내 절망을 딛고 다시 거대한 희망의 물결이 일었다.

검은색으로 뒤덮였던 해변 곳곳은 수많은 꽃으로 수놓였다. 마침내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충남 서해는 푸른 생명의 물결을 회복했다.

지난달 말 당진∼대전간 고속도로를 처음 타 보았다. 공주에 사는 장인어른 팔순 잔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태안에서 공주 신관동까지 1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만 해도 2시간 이상 걸리던 거리였다. 천지가 개벽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충청도가 서울·인천보다 더 멀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태안·보령 같은 서해에서 충남 내륙이 이웃집처럼 느껴진다.

고속도로는 한 나라 또는 지역 경제발전의 주요 지표가 된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개통한 당진∼대전(91.6㎞)과 서천∼공주(61.4㎞) 고속도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할 게 틀림없다.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충남은 관광 르네상스를 맞은 것 같다. 당진 함상공원 등 충남 서해안 주요 관광지는 수도권과 충남 내륙에서 찾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서해안 지역 곳곳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태안지역 32개 해수욕장은 이달 말부터 차례로 문을 연다. 맨발마라톤대회 등 이벤트도 푸짐하게 열린다.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는 7월 11일부터 19일까지 머드축제가 열린다.

서천군은 조선시대 지어진 문헌서원 주변 정비 사업에 나섰다. 당진군은 석문방조제 부근에 국제 마리나 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서산시는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산업단지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123만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복구된 충남 서해는 새로 개통된 충남도 내 고속도로 2개 노선 덕분에 더욱 푸르게 느껴진다.

글=지요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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