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현장에서] 대목만난 유럽 소매치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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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프랑스월드컵은 축제와 광란, 소매치기가 어우러진 한판이다.

주경기장인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 는 물론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 , 리옹의 '제를랑' 어디를 가도 그곳에는 항상 축제가 있다.

경기장 안에는 흥분의 물결이 출렁이고 함성이 있으며 열광이 있다.

파도타기 응원이 시작되면 누구를 응원하건 모두가 하나가 돼 몇바퀴씩 끊기지 않고 돌아간다.

호나우도.클린스만.지단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신기 (神技)에 가까운 플레이는 그들의 경기를 직접 두 눈으로 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전율을 느끼게 한다.

경기장 밖에는 광란의 연속이다.

조국팀의 유니폼을 입고 얼굴에 국기를 그려넣은 군중들은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질러댄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머리가 하얀 50대 중년층도 10대 소년들과 함께 뛰고 구르고 괴성을 질러댄다. 프랑스월드컵을 구경하기 위해 4년동안 휴가와 비용을 준비했다는 열성파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이들의 행동은 때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훌리건' 이란 결국 이들중 술을 먹거나 이성을 잃은 일단의 무리다.

프랑스월드컵은 축구팬들의 축제뿐 아니라 소매치기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아니 유럽에서) 모여든 소매치기들은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니는 관광객들의 호주머니를 노린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동양인들은 여지없는 대상이다.

이미 한국인중 여러명이 지갑을 털렸고 취재진중 한명은 호주머니에 들어온 손목을 잡았으나 이 여자는 도망갈 생각도 않고 능청스럽게 빤히 얼굴을 쳐다볼 뿐이었다.

파리 =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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