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대상 대한모방 부설 신의고생의 애타는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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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발 배움의 꿈만은 이룰 수 있도록 해주세요. "

18일오후4시쯤 안산시성곡동 대한모방 산업체 부설학교인 신의고 (信義高) 대강당. 평소 같으면 한창 수업이 진행될 시간인데도 학생 1백50여명이 이곳에 모여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발표된 퇴출기업 명단에 학교를 운영하는 대한모방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마저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하루 2교대로 근무하는 피곤한 몸으로 주경야독 (晝耕夜讀) 의 꿈을 키워온 '근로학생' 들에게 이 소식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얘기였다.

학생들은 이명복 (李明馥) 교장에게 "퇴출기업이 되면 회사가 망한다고 어른들은 얘기하는데 정말이냐" 며 "공부만은 계속할수 있게 해달라" 며 애원했다.

李교장은 "부설학교의 특성상 모기업이 존재해야 학교도 운영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학교운영이 불투명하다" 고 말했다.

지난 88년 개교한 이 학교에는 현재 학년별로 3개학급씩 모두 5백10명 (대한모방 1백60명, 동일방직 1백50명) 의 학생들이 재학중이며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3년 과정을 마치면 고졸학력이 주어지기 때문에 배움에 목말라 있는 많은 소년 근로자들이 찾고있다.

학생회장 임미경 (3학년.19) 양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교진학을 못한 한을 풀기위해 어렵게 공부를 해 왔다" 며 "학교에서 내일의 꿈을 키워왔는데 졸업을 한학기 남겨놓고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 됐다" 며 고개를 떨구었다.

도교육청 이만희 (李萬熙) 행정과장은 "근로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하길 원할 경우 어떻게든 졸업을 시킬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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