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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리비아식으로 풀어야 11월 대선 전에 해결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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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리비아, 전략적 선택, CVID, 그리고 북한의 결단'.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이 21일 던진 네가지 키워드다. 볼턴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연세대에서의 강연과 오후 미국 대사관에서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들 용어를 각각 10차례 이상 사용했다. 그의 모든 발언은 일관성있게 이 네가지 표현 중 어느 하나로 시작해 다른 하나로 끝나곤 했다.

그는 '리비아 전도사'로 나서기로 작심한 듯했다. "리비아를 봐라. 고립된 정권의 지도자가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고 국가의 미래에 투자했을 때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선택(strategic choice)이란 표현을 선보였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리비아 모델을 받아들일 경우 안보.경제적으로 확실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9일 방한해 언급한 '깜짝 놀랄 만한 대가'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미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아직은 전략적 선택을 할 준비가 돼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봤다.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계획의 존재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게 그 예라는 주장이다. 이 부분에서 그는 매우 단호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 원칙에는 HEU가 당연히 포함되며, 이 같은 미 정부의 기조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이제 남은 건 북한의 결단뿐"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결단도 빠르면 빠를수록 북한에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그가 던진 네가지 키워드는 하나같이 북한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이날 그의 표현과 제스처는 지난해 이맘때 김정일 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에 대해 그는 "똑같은 연설을 매년 반복하면 재미없지 않느냐"며 좌중의 폭소를 유도한 뒤 "세상은 강경론자와 온건론자를 구분하길 좋아하지만 나는 다만 정부의 입장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전쟁도 불사할 건가'라는 질문에도 "미국은 현재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고 있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그는 '11월 미 대선 이후에도 지금 같은 대북 협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11월 대선 때까지 북핵 문제를 답보상태로 이끌려 한다는 세간의 의혹은 잘못된 것"이라며 "3차 6자회담에서 구체적 협상안을 내놓은 게 바로 북핵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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