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페그제(고정환율제) 위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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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홍콩달러에 대한 국제 핫머니 (단기성 투기자금) 의 공격으로 홍콩의 페그제 (미달러에 대한 고정환율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4시를 기해 52억7천만 홍콩달러를 일제히 팔면서 '첫 입질' 을 시작한 투기자금은 이번주 들어서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홍콩 중앙은행인 금융관리국 (금관국) 이 '고금리 정책 및 달러 매각' 이라는 고전적 수법으로 홍콩달러의 페그제를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금관국은 일단 걱정없다는 태도다.

런즈창 (任志强) 총재는 그 이유를 몇가지 들었다.

첫째는 홍콩의 풍부한 외환보유고다.

지난 4월말 현재 9백62억달러다.

또 홍콩 경제의 펀더멘털 (기초여건) 이 아직 건전하고 ^투기자금 대출이 가져올 엄청난 피해를 금융기관이 이해하고 있으며^모든 은행에 대한 통합 결제시스템 도입으로 시장구조가 건실하다는 것. 그러나 불안요인도 있다.

우선 페그제 유지의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

환투기 공격에서 페그제를 지켜내려면 고금리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고금리는 기업 도산을 불러 금융기관의 부실을 낳고 부동산.주식시장을 침몰시킨다.

또 소비가 줄어들면서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실업도 늘어난다.

현재 홍콩의 실업률은 20년만에 최고수준인 4% (14만명) 를 넘어섰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외경쟁력의 상실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폭락으로 인해 홍콩의 대 (對) 동남아 수출은 크게 줄고 있는 반면 홍콩에 몰렸던 수출 주문은 다른 지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분기의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10년만에 최저인 마이너스 2%를 기록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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