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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회장 소떼 북송길 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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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일의 염원을 담은 정주영 (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소떼 5백마리가 15일밤 역사적인 북송길에 올랐다.

오후11시쯤 경찰 호송을 받으며 판문점을 향해 출발한 소떼.사료 운반차량 52대와 관리차량 10여대는 2㎞가 넘는 긴 행렬로 어둠을 밝히며 장관을 이뤘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현대건설 서산농장에서는 직원과 마을주민 등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떼의 무사 (無事) 수송과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환송행사가 열렸다.

*… '소떼 북송작전' 은 15일 새벽부터 치밀하게 진행됐다.

서산농장 직원들은 오전 내내 소들에게 코뚜레를 매어주고 몸 청소를 하는 등 수송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총력. 오전 7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을 출발한 52대의 수송차량은 오후1시쯤 서산농장에 도착, 소떼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바닥에 톱밥과 왕겨를 깔고 소독을 실시. 소들이 길들여지지 않은채 방목된 탓에 오후5시30분부터 시작된 상차 (上車) 작업은 4시간이상 걸리는 등 애를 먹었다.

목부 지상흥 (55) 씨는 "5년간 정들었던 소들이어서 떠나게 돼 서운하다" 면서 "소떼가 남북통일을 한걸음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며 좋겠다" 고 소감을 피력.

*…오후3시부터 시작된 환송식에서는 서산농고 농악대가 풍물놀이를 곁들이면서 초청인사와 임직원들이 소 10마리에게 화환을 씌워주고 장도에 행운이 깃들이기를 기원. 잔치에 참석한 주민으로 황해도 옹진이 고향인 이제원 (77) 씨는 "고향을 가는 鄭명예회장이 더 없이 부럽다" 면서 "소떼가 실향민의 고향방문 길을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수송작전에는 소 수송차 45대 (5t 40대, 8t 5대) 와 33일분 사료 수송차 5대, 예비수송차 2대와 선도차 6대, 정비팀 차량 2대, 관리차량 2대 등이 동원. 소떼 수송을 위해 특별 제작된 수송차량은 한쪽에 현대그룹 깃발, 다른 쪽에는 적십자 깃발을 달았다.

이날 동원된 경찰 병력은 서울.경기.충남도경에서 모두 2백93명, 순찰차 44대, 사이드카 49대에 달했다.

소떼는 평균 시속 60㎞의 속도를 꾸준히 지키면서 서산→홍성→천안톨게이트→경부고속도로→한남대교→올림픽대로→신행주대교→자유로를 거쳐 오전 6시 임진각에 도착할 예정.

*…鄭명예회장은 16일 오전6시30분쯤 청운동 자택을 나와 계동 현대 본사에서 방북단 일행과 합류, 경찰 호위를 받으며 6시50분쯤 장도에 오를 예정. 鄭회장은 특히 이날 아침 임진각 통일대교 앞에서 소 한마리를 직접 끌고 걸어서 다리를 건널 예정.

서산 = 이재훈.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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