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대만도 반도체 재고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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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만 반도체 업계도 세계적인 재고 증가때문에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다. 경쟁상대국인 한국.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하락 추세에 맞서기 위해 감산을 발표했지만 대만 업체들은 현재의 생산량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생산량이 줄어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이 바닥을 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체들은 올들어 가격 폭락과 동남아 외환위기.재고 누증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타이베이 소재 ING 베어링스의 산업 분석가인 돈 플로이드는 "일부 기업들이 감산을 통해 가격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세계 반도체업계의 근본적인 골칫거리인 과잉설비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며 "주식 투자자들은 당분간 메모리 칩 생산업체를 피하는 편이 좋을 것" 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만약 반도체 시세가 조금이라도 회복세를 보인다면 투자자들은 재고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64메가비트 칩 생산업체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충고했다.

당분간 반도체 업체의 주가는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대만 증시가 3.1%나 떨어지면서 7개월만에 최저수준을 보일 때 반도체 업체들의 하락폭은 이를 훨씬 넘어섰다. 에이서컴퓨터의 주가는 6.6%, 대만반도체산업은 5.2%나 폭락했다.

반도체 가격은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하락했다.

16메가 D램의 경우 대만에서 지난해 4분기중 개당 평균 3달러를 유지했으나 지금은 절반 수준인 1.5달러로 떨어졌다.

올 하반기부터 16메가D램을 대체할 64메가D램도 올들어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져 개당 7.5달러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대만 업체인 에이서의 경우 지난 1분기에 15억 대만달러 (약 4천3백만달러) 를 손해봤으며 파워칩사도 7억3천8백 대만달러 (약 2천1백달러) 의 적자를 냈다.

대만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개발을 통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절실하다.

비록 대만이 주변국들이 겪고 있는 커다란 경제위기를 모면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많은 분석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업체들의 경영이 호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만 닛코증권의 한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시장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며 대만의 D램 생산업체들도 내년 연말까지는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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