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창간50주년 중국 인민일보 사오화쩌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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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당 (黨) 이 잘못했을 때 인민일보도 잘못을 함께 저질렀습니다. " 인민일보 (人民日報) 의 사오화쩌 (邵華澤) 사장은 인민일보의 지난날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邵사장은 창간50주년 (15일) 을 맞아 12일 오전 인민일보 본사 5호건물 2층의 외빈회의실에서 가진 중앙일보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63세의 邵사장은 89년 6월 이 신문사에서 장관급인 편집국장으로 시작, 92년 사장으로 취임하기까지 9년간 인민일보를 끌어온 주역. 당중앙위원인 그를 만나 중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 중국 신문업계에 그룹화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중국 신문업계의 그룹화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의 산물이며 발전을 위한 신추세입니다. 중국 신문사들 모두 지지하고 있어요. 인민일보도 그룹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미 인민일보 외에 해외판과 화둥 (華東).화난 (華南) 분사, 시장보 (市場報).환구시보 (環求時報) 등의 신문과 신문전선.시대조 (時代潮).대지.인민논단 등 많은 간행물을 출판하고 있으며 일본과도 합작해 광고공사를 만들었습니다. 언제든 그룹으로 나갈 준비가 돼있지요. 지금 국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그러나 당중앙 기관지란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그룹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

- 독자들의 요구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 최고권위지의 위상을 지켜가실 생각입니까. "인민일보는 당중앙의 기관지로서 줄곧 제1의 신문이라는 위상을 지켜왔습니다.

인민일보의 특징은 그 권위성과 지도성이지요. 이같은 강점은 타지가 감히 넘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에 따라 첫째, 현재의 권위성.지도성에 가독성.지식성.정보성을 접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지방판의 강화입니다.

지방독자를 파고들기 위해 지방특색이 넘쳐흐르는 지방신문이 필요합니다.

인민일보 산하의 화난분사가 그런 예지요.

셋째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신문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인민일보의 전자신문 독자수가 하루 3백만명입니다.

이젠 유럽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인민일보를 보고 있어요. "

- 인민일보는 중국 탄생과 줄곧 그 궤를 같이 해왔는데요.

"당기관지로서 중국 건국과 함께, 특히 개혁.개방이 결정된 (78년의) 제11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이후엔 당의 이론.노선.방침.정책의 홍보에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특정 시기에 잘못을 저질렀고 인민일보도 함께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특정시기가 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음) .인민일보도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당의 노선에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일은 좋은 교훈적 경험입니다.

그러나 한 시기의 잘못으로 인민일보 전체 명성에 흠이 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

- 한.중 언론교류 촉진을 위해 어떤 노력이 경주돼야 합니까.

"중.한 수교후 시작된 언론사간 교류는 양국 우의 강화에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세 방면에서 양국 언론간 협력과 교류가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인적 교류를 더 활발하게 해야 합니다.

언론인들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상대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결과적으로 올바른 보도가 나올 수 있지요.

두번째론 교류의 폭을 넓혀야 됩니다.

양국은 이데올로기와 사회제도 등을 달리 하지만 합작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공자 (孔子) 사상 토론이나 서화전람회 등 간단한 것에서부터 언론사적 특징을 살리는 일까지 할 일이 많습니다.

세번째로 경영관리 방면의 교류확대가 필요합니다.

언론사 발전은 서로 유사한 궤도를 그리는 경우가 많지요. "

- 중국 언론계에도 촌지문제가 거론되는 등 부작용이 있습니다.

중국 언론의 당면문제는 무엇입니까.

"개방과 더불어 뭔가를 받고 기사를 쓰는 이른바 유상신문 (有償新聞) 이란 게 지난 몇년간 횡행했습니다.

때문에 인민일보도 1면에 독자신고 전화 공고를 하는 등 바로잡는 노력을 강하게 해왔고 이제 어느정도 잡혀가는 중입니다.

언론문제엔 기자들의 권익보호도 중요하지요. 기자가 법원에서 쫓겨나거나 취재과정에서 협박을 받는 문제 등도 중국 언론발전을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지요. "

- 한국 경제가 어려워 언론사에도 감원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중국도 기구개혁 작업이 한창인데 중국 언론사에도 샤강 (下崗.정리휴직) 바람이 불고 있는 건 아닙니까.

"현재 중국엔 2천종이 넘는 신문이 있습니다.

그 수가 너무 많아 통제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신문사가 정부기구가 아니므로 강제적인 샤강은 없습니다.

한국이 감원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은 경제 어려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해됩니다.

현재 한국이 곤란을 겪고 있지만 중국은 한국인들이 반드시 곤경을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

- 21세기를 향한 중국 언론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은 어떤 것입니까.

"선전과 사업적 측면 두가지로 나눠 말하지요. 선전적 측면에서는 언론이 인민과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기본개념에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업적 측면에선 앞서 이야기한 그룹화로 나아갈 것입니다.

때문에 각 신문사가 어떻게 보다 강한 힘을 갖춘, 즉 여러 신문 계열사를 가진 대그룹으로 성장하느냐에 따라 중국 언론에 큰 판도변화가 일 것입니다. "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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