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자민련 갈등 깊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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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양상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노골적인 감정싸움이다.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내각제논의 연기론' 을 자민련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가 '묵과할 수 없는 중대사태' 로 규정하면서 정면으로 비판하자 이번엔 국민회의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趙대행이 12일 주재한 국민회의 간부회의는 金부총재의 반박을 "대단히 불쾌한 일" 로 받아들였다.

항의단을 자민련에 보내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일단 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이 金부총재에게 전화로 "발언자제를 요청한다" 는 수준에서 대응키로 했다.

여여 (與與) 관계악화에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자민련의 '총체적 위기의식' 도 크게 작용했다. 공동정권에서도 여전히 '찬밥 신세' 라는 피해의식이 국민회의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난 것이다.

독자적인 세 (勢) 확보가 안될 경우 '나중에' 무슨 망신을 당할지 모른다는 의구심도 한몫하고 있다.

TJ 주변에선 金대통령의 'TK신당' 시사발언과 청와대측의 '재계 빅딜은 TJ가 주도했다' 는 취지의 발언에 어떤 '의도성있는 흐름' 이 있다는 인식을 가진 듯하다.

심지어 'TJ 용도폐기' 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DJT관계에서 TJ의 위상과 역할이 선명해질 것" 이라는 새로운 각오도 朴총재 주변에서 흘러나온다.

朴총재와 金부총재, 자민련의 공격적 자세에 대해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분함을 감추지 않는다.

'큰형격' 인 자신들이 대놓고 말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자민련을 공박한다.

내각제론을 공연히 꺼냄으로써 야당을 압박하는 정계개편의 흐름에 김을 빼는 등 한나라당에 어부지리 (漁父之利) 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미국을 돌며 경제외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金대통령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여권 내분만 조장하는 처사를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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