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심판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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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잘하는 건 드러나지 않고 못하는 건 바로 표시가 난다. 그야말로 고단한 직업이다.

프로야구 심판들 이야기다. 그래도 삼진을 외칠 때의 쾌감과 만원 관중이 들어찬 녹색 다이아몬드의 매력을 잊지 못해 그들은 지금도 차에 몸을 싣고 전국을 누빈다. 출장이 많기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건 선수들과 마찬가지다. 수시로 생리 현상도 참아야 한다.

◆야구심판이 되려면=매년 11월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하는 심판학교에 등록하는 것으로 첫 관문이 시작된다. 나이·연령에 제한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4주간 매주 금·토·일 3일에 걸쳐 일반인 코스와 전문인 코스로 나눠 교육을 진행한다. 금요일에는 야구규칙 등 이론을 배우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실기훈련을 받는다. 가장 중요한 아웃·세이프, 페어·파울,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집중적으로 배운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내면 심판 수료증을 받고 사회인야구연맹 및 대학야구협회 등 아마야구 심판으로 채용된다. 특출 난 몇 명은 따로 뽑아 프로 심판이 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한다. 보통은 전문인 코스를 거친 야구인 출신들이 프로 심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 코스를 통해 프로 심판이 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작다. 프로야구 심판은 매년 뽑지 않는다. 결원이 생길 경우 보충하는 형식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니 야구인 출신들이 유리하다. 재수는 기본이고 5·6수까지 해 심판이 되는 사람들도 많다. 게다가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위계질서도 엄격한 편이다. 막내급 심판들은 경기 시작 전 선배들의 스파이크를 닦아주고 옷을 걸어주는 일로 준비를 돕는다. 5회가 끝나고 클리닝타임이 되면 물에 적신 수건과 담배를 미리 준비해 둔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후에는 선배들의 짐을 챙겨 차에 싣는 것으로 일과를 마친다.

◆심판이 되고 나면=현재 KBO에 소속된 심판은 총 35명(1군 20명, 2군 15명). 조종규 심판위원장을 비롯해 오석환 차장 및 각 팀장(4명)과 심판위원들로 구성된다. 1군 경기는 시즌 중 5명이 1조를 이뤄 이들이 고정적으로 경기장을 돈다. 심판들은 선수들과 달리 6연전이나 9연전이 없다. 3연전을 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도록 스케줄이 짜여 있다. 이들이 받는 연봉은 최저 4000만원에서 시작해 많게는 1억원 선. 2군 심판의 경우 평균 2000만원을 받는다. 연봉 계약을 하기 때문에 연장전이나 연속 경기를 하더라도 추가 수당은 없다. 5년차가 되어야 비로소 1군 무대를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다.

오명철 기자

◆2009 시즌 KBO 심판위원회(35명)

위원장=조종규

차장=오석환

팀장=문승훈·김풍기·김병주·나광남

심판= 임채섭·최규순·최수원·강광희·이영재·전일수·박기택·우효동·이민호·원현식·박종철·박근영·윤상원·김성철·추평호·오훈규·이기중·민영기·권영철·김귀한·김정균·문동균·이계성·김준희·황인태·김익수·윤태수·배병두·송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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