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 관람한 디지털국회 두 논객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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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뜨거운 반향을 얻고 있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이 오는 22일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이 영화의 정치적 입장은 알려진대로다. 2000년 미국대선 예측보도에서 민주당 고어 후보의 우세가 뒤집어지는 대목부터 시작해 최근의 이라크 개입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부시정권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일족과 부시 일가의 경제적 유착관계를 파헤지면서 이라크 공격이 미국민 전체가 아니라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무어 감독은'다큐멘터리=진지한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영화 곳곳에 유머의 요소를 담뿍 담았다. 무역센터 빌딩이 공격당했다는 보고를 듣고도 초등학교 교실에서 눈만 껌뻑이며 앉아있는 부시 대통령의 모습에 이런저런 내레이션을 입혀 한껏 조롱하고 야유한다. 사실 텍사스 목장에서 장기간의 휴가를 보내는 부시의 모습 중에는 감독의 이렇다할 편집을 거치지 않더라도 우습기 짝이 없는 대목이 여럿 등장한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우리는 부시에게 최우수 코미디연기상을 주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농담할 정도였다. 웃음 다음에는 눈물이다. 이라크 공습 직후 알라에게 복수를 해달라며 울부짖는 이라크 여인, 참전한 아들을 전장에서 잃은 미국어머니의 눈물은 미국이 내세운 이라크 참전의 명분에 회의를 갖게 한다. 이처럼 풍부한 정서적 요소를 충전한 채 일방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화씨 9/11'의 전개방식은 다큐멘터리의 방법론에 대한 또다른 논쟁의 여지를 안고 있다. 반(反)부시 정서에 공감하느냐의 여부와는 별도의 문제다. '다큐멘터리는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통념과 사뭇 다른 무어 감독의 선동적 화법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는 줄망정 사안에 대한 반성적인 성찰의 여지는 남겨두지 않는다. 이 논쟁적인 영화를 개봉에 앞서 인터넷 중앙일보의 디지털국회 두 논객이 미리 보고 왔다. 이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칸영화제 심사위원장 쿠엔틴 타란티노는 "정치적인 입장 때문이 아니라 영화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상을 줬다"고 했지만, 공교롭게도 두 논객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곽호성씨는 "반미주의자들에게 즐거움만 안겨줄뿐 미국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별 흥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또다른 형태의 할리우드 영화일뿐"이라고 했다. 강화식씨는 "후세인이 갖은 핑계를 대며 대량살상무기 사찰단의 활동에 협조하지 않던 과정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면서 "3류 코미디 영화"라고 평했다. 두 사람이 보내온 글을 여기에 싣는다. '화씨 9/11'은 디즈니가 배급계약을 철회하면서 한때 미국내 개봉여부가 불투명했으나 결국 지난 6월27일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일주일만에 제작비 600만달러의 10배가 넘는 수입을 올렸고, 당초 800여개였던 개봉관수도 갑절이 넘는 1700여개로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전국 80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할리우드 대작영화들이 최대 300여개 스크린에 걸리는 데는 못미치는 규모이지만, 김선일씨 피살사건 이후 고조되고 있는 이라크 파병 관련 여론에 미칠 파장은 그보다 크리란 예상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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