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히 가격 조사해야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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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미 인턴기자(右)가 아산시 물가모니터요원 이명옥씨와 아산 이마트 지하1층 식품매장에서 무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왼쪽 아래 사진은 공산품 가격을 조사하는 모습. 조사된 가격은 아산시 홈페이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조영회 기자

17일 오후 2시 이마트 아산점에서 아산시 물가모니터 요원이 물가 변동사항을 체크하고 있다. 지하 1층 식품매장에 들어선 아산시 물가모니터 요원 이명옥(43·여·아산시 온천동)씨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사품목은 농수산물과 공산품 55개다. 농수산물 품목은 쌀·배추·파·무·오렌지·바나나·고등어 등이다. 공산품은 밀가루·설탕·봉지라면·간장·고추장 등 실생활에서 많이 소비되는 제품들이다. 공산품의 경우 회사 이름과 용량이 정해져 있어 규격에 맞춰 품목을 조사해야 한다. 이씨는 “힘든 건 아직 없지만 정확히 가격을 조사해야 해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6월부터 농수산물·공산품·서비스 품목을 조사하는 모니터 요원 2명을 위촉했다. 이씨는 두 명의 물가모니터 요원 중 한 명이다. 주요 업무는 각 품목의 가격과 규격 등을 조사한 뒤 이를 통계자료로 기록하는 것이다. 일선 현장 곳곳을 발로 누비며 자료를 수집한다.

농수산물 가격은 ㎏당 가격이 얼마인지를 조사한다. 대형마트의 농산물 가격은 개수나 100g당 가격으로 표시한다. ㎏당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직접 무게를 달아보고 계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이 5개에 1500원이면 오이 5개를 무게로 달아 ㎏당 가격을 계산 하는 것이다. 채소코너에 들른 이씨는 오이 다섯 개를 저울 위에 올렸다. 오이 5개가 1㎏이 안 돼 오이 한 개를 더 올려 1㎏을 만든 후 가격을 계산을 했다. 10원 단위까지 계산을 해야 해 이씨와 이마트 직원간에 긴 계산이 오갔다. 계산기가 없어 암산으로 하다 보니 시간이 더뎠다. 이씨는 “다음 조사 때는 계산기를 꼭 챙겨 와야겠다”며 “가격 조사는 한 달에 3번 정도 시간 내 할 수 있어 주부가 하기에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이마트·농협하나로마트 등) 담당 물가모니터 요원 이명옥씨를 만난 뒤 재래시장 담당요원을 만나기 위해 온양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온양전통시장에서 고원자(44·여·아산시 배방읍)씨를 만났다. 고씨는 1997년부터 충남도 물가모니터 요원으로 활동을 해온 베테랑 요원이다. 97년 우연히 아산 주부클럽과 인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물가모니터 요원을 시작했다. 올해로 13년째다.

고씨가 들르는 고정 상점은 20~30여 개 정도다. 생선·야채·정육 등 다양한 상점을 방문한다. 고씨와 시장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선가게에 들렀다. 생선가게 여사장이 고씨를 반갑게 맞았다. 고씨는 “고등어 가격 변동은 없어요?” “생물 오징어 나왔네요?”라며 물가변동 사항을 파악했다. 고씨와 여사장간 대화가 오가는 중 생선가게에 손님이 몰려들었다. 바빠진 여주인을 대신해 손님에게 물 좋은 생선을 권하며 일손을 거들었다. 형제수산 박재란(43·여)씨는 “물가모니터 요원으로 우리 집 손님으로 자주 오는데 만날 때마다 반갑고 거리낌 없이 편해 다 말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쁜 상인들이 한가한 틈을 이용해 물가 조사를 위해 질문을 하면서도 고씨는 메모하지 않았다. “어떤 품목이 조사되는지 머릿속에 쭉 그려져 있고 익숙하다 보니 적는 것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며 “물가 조사는 가격보다는 가격의 변동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씨와 함께 시장 내를 걷는 동안 먼저 인사를 건네는 상인들이 많았다. 10년을 넘게 알고 지낸 상인들과의 거리가 가깝다고 했다. 고씨가 처음에 물가모니터 요원을 시작했을 때는 “가격을 알아서 뭐 할거냐”며 정색을 하는 상인들이 많았다고 한다. 가격을 물어보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서로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안보이면 궁금할 정도로 정도 많이 들었다”는 상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고씨는 “상인들의 기운 없는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도 좋지 않다”고 했다. 특히 1년 전부터 경제가 어려운 탓에 장사가 잘 안 돼 상인들의 목소리가 힘이 없어져 덩달아 고씨까지 힘이 빠졌다. 콩나물을 팔던 한 할머니는 “작년 이맘때보다 더 장사가 안 된다”고 고씨에게 하소연했다. 고씨가 가격조사를 위해 다녔던 가게 들 중 몇 곳은 장사가 안돼 문 닫은 곳도 있었다.

고씨는 올 2월 밸런타인데이 때 작은 초콜릿을 가방에 한 가득 넣고 시장에 갔다. 만나는 상인들마다 초콜릿을 전했다. 고씨는 “밸런타인데이 이후 할머니가 ‘엄마도 초콜릿을 받았다’고 딸에게 자랑을 했다고 말했을 때 작은 것으로 사랑을 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뿌듯해 했다. 고씨는 물가모니터 요원으로서 가격조사 외에도 자신의 일로써 갖는 자부심이 크다. 고씨는 “물가를 조사하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람들과 만나는 게 더 즐겁다”고 했다.

아산시는 온양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물가조사를 매달 초·중·하순으로 나눠 3차례 실시한다. 물가안정과 시민의 생활 안정에 도움을 주고자 조사결과를 시 홈페이지에 올린다. 백경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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